배터리를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에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완성차 업체들의 안전 매뉴얼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사용설명서에는 한 달에 한번은 배터리 100% 완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차주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 사용 설명서에서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충전을 하면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월 1회 이상 권장)’라고 안내하고 있다. 테슬라도 주1회 완충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엔 80%까지만 충전해 운행하는 것이 과충전에 의한 성능 저하를 막지만 가끔씩 완충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월 1회 완충을 권고하는 이유는 ‘셀 밸런싱’ 때문이다. 배터리팩은 여러 개의 셀을 모은 것인데 이 셀은 사용하면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 중 특정 셀만 유독 전압, 온도 등의 차이가 발생하면 배터리 안정성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이를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모든 셀을 가득 충전해 셀 간 전압 편차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셀 간 차이를 바로잡도록 설계돼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터리팩 안의 많은 셀 중 하나만 성능이 저하돼도 전체 배터리 성능은 떨어진다”며 “따라서 셀 개별 관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BMS의 셀 밸런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와 충남도 등에서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의 공동주택 주차장 출입을 막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차주들은 지하주차장이 아닌 곳에서만 100% 충전을 할 수 있다.
한편 기아는 이날 홈페이지에 전기차 7종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9일 현대차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기아도 동참해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기아에선 ‘레이’와 ‘니로’만 중국 CATL 배터리가 사용되고 나머지는 국산이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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