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요동쳤다. 이번 증시 변동성은 미국의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 가능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의 복합적인 영향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됐고, 고민도 자연스레 늘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 지표가 발표되면서다. 미국의 7월 신규 고용이 11만4000명 증가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17만5000명)를 밑돌았다. 실업률이 전월 대비 4.3% 상승하면서 장단기 금리도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Insurance cut)은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금리 하락(Recession cut)이다 보니 부정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다만 최근 고용 지표 부진을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7월은 허리케인에 따른 기상 악화 영향이 고용 지표에 일부 반영됐다. 실제로 8일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 데이터가 예상치를 소폭 밑도는 데 그치면서 주식 시장은 반등했다. 앞으로 발표될 고용 및 물가 데이터가 완만한 안정세를 보인다면 경기 침체 우려는 빠르게 불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다.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이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고, 일본 주식 시장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일본 중앙은행 부총재는 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다.
증시가 일시적인 안정세를 찾았지만 여전히 거시 경제의 변수는 남아 있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수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경제에 중요한 수출 지표는 여전히 탄탄하다. 올해 7월 수출은 575억 달러로 역대 7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구글은 AI에 대한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AI 산업 성장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생산의 약 90%를 독과점하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는 큰 호재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테크 기업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투자 가능 업종은 꽤 많은 편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의 반사 수혜가 예상되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분야도 있고, 수익성 높은 수주를 바탕으로 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조선, 기계, 방산 업종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이익은 개선되고 있지만 대내외 변수로 인해 주가는 조정을 받았다. 하락에 대한 두려움보다 수출이나 실적 모멘텀 대비 저평가 된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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