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호주서 PPP 영토확장… 공사 끝나도 터널 운영해 수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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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해외 건설수주] 〈4〉 GS건설, 호주 NEL 터널 공사 현장
총 공사비 10조1000억원 ‘호주 최대’… GS건설은 2조8000억원 공사 맡아
지름 15.6m 원형 굴착기로 터널 파… 지분 투자뒤 운영 맡아 투자비 회수
캐나다 등 선진국 시장 수주도 추진

호주 멜버른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 시작 지점에 지름 15.6m 규모의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가 설치돼 있다. GS건설 제공
호주 멜버른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 시작 지점에 지름 15.6m 규모의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가 설치돼 있다. GS건설 제공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노스이스트링크(NEL) 터널 공사 현장. GS건설이 2021년 호주 CPB, 이탈리아 위빌드, 중국 CCO 등 3개국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한 지하 터널 공사 사업장이다. 총공사비가 10조1000억 원으로 호주에서 발주된 단일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GS건설이 맡은 공사 규모만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GS건설은 호주 NEL 터널 공사를 통해 국내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투자개발사업(PPP)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PPP 사업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PPP는 정부가 도로, 철도, 하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발주하면 민간이 지분을 투자한 뒤 건설하고 운영까지 맡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 공사 끝나도 터널 운영해 수익 창출

현장에는 높이 31m, 폭 47m, 최대 하중 550t에 달하는 갠트리 크레인(지지대 꼭대기에 세워진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다. 크레인 아래엔 지름 15.6m의 원형 터널 굴착 장비(TBM) 2대가 조립돼 있었다. 일명 ‘두더지 공법’이라 불리는 TBM은 발파 없이 터널을 파는 방식이다. 화약을 발파하는 공법과 달리 소음과 진동이 적어 인근 주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적다.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 전면부에는 칼날처럼 생긴 '커터 헤드'가 부착된다. 커터 헤드가 회전하며 토사를 파낸다. GS건설 제공
원형터널 굴착장비(TBM) 실드 전면부에는 칼날처럼 생긴 '커터 헤드'가 부착된다. 커터 헤드가 회전하며 토사를 파낸다. GS건설 제공
아파트 6층 높이에 해당하는 TBM은 전면부의 대형 칼날이 회전하면서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후면부에서는 동시에 콘크리트 벽체를 시공한다. TBM은 이달 발진을 시작해 매일 15m씩 나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2026년까지 24시간 가동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왕복 6∼8차로 지하 터널은 멜버른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시간을 약 35분 단축할 예정이다. 공정은 20%대 수준으로 2028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발주처인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는 애초 지하 터널 길이를 4.6km로 계획했다. 경쟁 컨소시엄은 호주 내 비중 있는 건설사였다. GS건설은 입찰 때 지하 터널 길이를 6.5km로 늘리고 소음이나 분진 등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설계 대안을 제시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응재 GS건설 호주인프라수행담당 상무는 “공사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 제안이었지만 발주처가 이를 좋게 평가해 수주로 이어졌다”고 했다.

GS건설은 시행사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회사(SPV)에 12.5%, 시공사 역할을 하는 건설합작회사(CJV)에 28%의 지분을 투자했다. GS건설은 2028년 공사가 끝나면 터널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두게 된다. 단순 도급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 현지 정부와의 상호 신뢰가 핵심


현지 정부와 직접 거래를 하는 만큼 투명성과 상호 신뢰가 사업의 핵심이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시공사인 GS건설 컨소시엄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철근 구입비, 지하 굴착에 드는 장비 임차료 등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은 별도의 회계 시스템에 게재된다.

그 대신 빅토리아주 정부는 시공사가 손해를 입으면 이를 일정 부분 보전해준다. 지난달 30일 호주 멜버른에 있는 GS건설 호주 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한 호주사업본부장(부사장)은 “시공사는 공사 도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데, 발주처가 이를 책임지고 있다”며 “신뢰 관계가 형성돼 기꺼이 회계장부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NEL 사업의 계약 형태는 한마디로 ‘고통 분담’이다. 예를 들어 공사비 인상으로 계약 당시 예상했던 수익이 전체 공사비 대비 10%에서 7%로 하락했다면 감소분인 3%포인트의 절반 수준을 발주처인 빅토리아주 정부에서 보전해준다. 수익 감소 폭이 커질수록 발주처에서 부담하는 비용도 커지는 만큼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

또 다른 특징은 GS건설 컨소시엄 내 4개 건설사가 별도 공구를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GS건설 직원이 호주, 중국, 이탈리아 건설사 소속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시공사를 하나로 묶어 공정 관리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발주처가 사업 부담을 지는 만큼 직접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있는 인원을 갖추고 현장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 캐나다 등 신규 시장에서 수주 노려

GS건설은 호주 사업을 발판으로 캐나다 등 신규 선진국 시장에서 PPP 수주를 추진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인프라 신증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재정 규모에 한계가 있어 사업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NEL 공사 역시 호주 내 50년간 숙원 사업이었다.

특히 인도, 중국, 튀르키예 등이 저가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한국 건설업계는 앞선 기술과 운영 노하우 등이 축적돼 있는 만큼 PPP 사업에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한규 우송대 교수는 “PPP는 사업 기획, 금융 조달 및 시공, 운영 관리 등 사업 전 단계에서 수주가 가능해 파급효과가 크다”며 “이와 관련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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