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IPEF 공급망을 기대한다[기고/전윤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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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 한글로 처음 만든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조선 초기 외풍에 좌우되지 않고 굳건한 나라를 건설하려는 세종대왕의 의지가 잘 담겨 있다. 우리는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 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경제 구축이야말로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원자재를 수입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와 같은 첨단 제품을 수출하는 산업 구조다. 상품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공급망이 막힘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자유무역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주의 깊게 살피고 대외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공급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경제 안전판이 돼 줄 글로벌 협력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의 초대 의장국을 맡게 된 건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등 14개국에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가 긴급회의를 주재해 교란 해소 및 지원 방안을 조정하게 된다. IPEF 국제협정으로 글로벌 통상 리더십을 발휘해 역내 ‘공급망 동맹’을 단단히 하고 14개국 회원국 간 호혜협력을 주도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 안정화는 핵심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안보에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자원부국과의 협의를 통해 경제안보품목의 비축량을 늘리고 주요 교역품목의 수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역내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견고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위기대응 네트워크의 중심국으로서 다양한 수입처 정보를 교류하고 공급망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 우리 경제의 공급망 위기 대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보다 자기완결적인 공급망 확보와 경제안보를 위해서는 원자재 조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전략 자산에 해당하는 핵심기술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산업 공급망에서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초격차 기술’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등 첨단 분야의 소부장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 역내 기술역량을 가진 국가들과의 국제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공동체 차원의 기술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열정과 집념으로 우리는 한글을 갖게 됐다. 한글은 지난 600여 년 외풍을 극복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IPEF 공급망 협정은 전 세계의 수많은 분쟁,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동맹을 결속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위기대응 네트워크의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를 다져 나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외풍#ipef 공급망#기고#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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