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시총 40% 껑충… “밸류업 효과” vs “이자 장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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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잇단 밸류업 계획 내놔
금융위도 세제혜택 등 지원 나서
시장선 “단기효과 그쳐” 회의론도


4대 금융지주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발맞춰 자사주 소각·배당 증대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상승했으나 근본적으로 ‘밸류업’이 이뤄졌다기보다는, 단기효과를 봤을 뿐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89조48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64조812억 원) 대비 40%(25조4075억 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8개월 새 네이버 시가총액(26조341억 원)만큼이나 가치가 불어난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시총 순위는 종가 기준 KB금융은 9위(33조2897억 원), 신한지주는 11위(27조5582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19위(17조6876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39위(10조9532억 원)다.

이는 금융지주들이 올해 들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앞다퉈 적극적으로 내놓은 영향이 크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신한금융은 이튿날 공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세웠다. 2027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현 5억1000만 주에서 4억5000만 주까지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KB금융·하나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하반기(7∼12월) 공시할 예정이지만 자사주 소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14일 지난해 8월부터 취득한 자사주(558만 주)와 올해 2월부터 취득한 440만 주 등 총 998만 주(8000억 원 규모)를 소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2∼6월 매입한 자사주 3000억 원을 19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1500억 원) 대비 두 배 늘어난 규모다. 국내 금융지주가 전례없는 ‘자사주 소각 경쟁’을 벌이는 것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시가총액과 배당총액이 동일하다면 주식 수가 줄어들었을 때 주당 가치와 배당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정부가 ‘밸류업’ 전략을 담은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는 이날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법인세(주주환원 증가 금액의 5%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기업상속공제 대상한도 2배 확대) 등 세제 혜택을 발표한 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밸류업’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금융지주 주가 상승세가 근본적인 ‘밸류업’이 아니라,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이자 마진이 대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이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인 9조3626억 원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든 하반기에는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 여력은 줄어들 여지가 크고,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은 단발성 요인으로 장기적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과거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이 턱없이 약했기 때문에 현재의 주가 상승은 디스카운트된 부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면서도 “정부 정책에 민감한 업종 리스크나, 취약한 기업 거버넌스 등을 제고해야 지속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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