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창원공장 K2 제작 현장
“적기납품, K무기 최대강점 중 하나”
사람 손으로 일일이 용접-조립… 1차 물량 180대 내년까지 인도
한화도 K9 자주포 2차계약 눈앞
“한국 무기 생산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조기·적기 납품입니다.”
12일 방문한 현대로템 창원공장. 세계 5대 전차로 평가받는 현대로템의 K2 제작 공장은 시끄러운 망치 소리로 가득했다. 공장에는 10여 대의 K2 전차가 일일이 사람 손을 통해 조립되고 있었다. K2는 각각 나눠진 특수 철판을 용접으로 붙인 뒤 공정별로 조립된다. 전차의 다리라 볼 수 있는 기동장치와 위에 얹어지는 포대는 최후 공정에서 조립된다. 이후 주행 시험을 3, 4주간 받은 뒤 폴란드로 보내진다. 김미정 현대로템 책임매니저는 “납기 일정이 빠듯해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전차 양산 체계를 갖춘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바로 옆 주행 시험장에서는 폴란드 국기가 붙은 K2 전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무게 55t에 이르는 육중한 K2가 속도를 올리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주행 시험장을 빠르게 돌던 K2는 도착지에 이르자 급정거하는 등 가혹한 주행 시험을 연속해서 받았다. 김 책임매니저는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K2의 주행 성능은 세계에서 이미 인정받았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맺은 K2 1000대 수출 계약 중 1차 납품 물량인 180대를 내년까지 모두 인도해야 한다. 이 중 올해 상반기(1∼6월)에 18대를 인도했고 하반기(7∼12월)에 38대를 더 보내야 한다. 내년 폴란드에 넘겨야 할 물량만 96대로 직전 3년간 인도했던 물량(84대)보다 더 많은 양을 제작해 납품해야 한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현대로템은 K2 제작 인력을 충원하고 제작 라인을 늘리고 있다. 공장 내 유휴 공간을 제작 공간으로 바꾸고 현대로템의 주력 제품인 열차 제작 인력도 전차 제작 부문으로 투입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내년까지 전차 생산 물량을 고려해 인력 운용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라며 “수시 채용을 통해 급격히 늘어나는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휴전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차와 같은 재래식 무기 생산 체계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생산 전 과정이 체계화돼 있어 빠른 납품이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1차 계약 이후 2차 계약도 추진 중이다. 전량 국내 제작이었던 1차와 달리 2차에는 폴란드 현지 생산 물량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폴란드 현지 생산 총괄을 맡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인 PGZ와 K2 제작을 위한 세부 조율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K2 2차 계약을 위한 금융 지원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주로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은 최근 기획재정부로부터 2조 원의 자본금을 현물출자 받았다. 그 결과 폴란드가 K2 물량을 수입하기 위해 끌어다 쓸 수 있는 수은의 대출 한도도 최소 8000억 원까지 확보된 셈이다. 현행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K2 전차뿐만 아니라 K9 자주포 수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672문 규모의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차 계약은 212문 규모로 이미 확정돼 인도 중이다. 3조4475억 원 규모의 152문을 납품하는 2차 계약 실행은 금융약정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폴란드 군비청이 외국계 금융사와 금융약정을 맺기로 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국방 전문지 디펜스 뉴스가 발표한 ‘2024 세계 100대 방산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 8조827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26위에서 19위로 올랐다. 지난해 100위권 밖에 있던 현대로템은 같은 기간 방산 부문 1조661억 원 매출로 73위를 기록해 100위 안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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