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규제에 韓기업 ‘유탄’]
“반도체-車 등 거대시장 뺏기고
韓-日 등 동맹국과 협력도 차질”
미국 정부의 대중 투자 규제에 대해 미국 첨단 산업계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국에 중국 사업 기회를 빼앗겨 오히려 미국 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4일 대중 투자 규제와 관련한 23쪽 분량의 공식 의견서를 재무부에 제출했다. SIA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99%를 회원사로 둔 단체다.
SIA는 의견서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칩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올린다”며 “미 정부가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성을 허용해야 장기적으로 미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SIA는 이어 “이대로면 미국 회사들은 중국 시장 경쟁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의 투자 활동이 멈춘 사이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기회를 가져갈 것이고 미국은 외국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이미 투자 환경이 심각하게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SIA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투자가 2018년부터 계속 감소하는 사이 유럽의 대중 투자는 2022년에 전년 대비 92.2% 증가했다.
SIA는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를 사용하는 자동차 등 산업도 경쟁국에 기회를 뻬앗기기 시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예로 유럽의 한 메이저 완성차 업체가 3월 중국 기업과의 조인트벤처에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했다. SIA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최종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이 계속해서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추진하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누적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악영향도 언급됐다. SIA는 “주요 동맹국들도 (미국 주도) 규제 리스크 때문에 해외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실제 최근 한국, 일본 정부 부처와의 경제 안보 대화를 봐도 과거 대비 해외 투자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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