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2분기 영업익 20조 증가
삼성-SK 영업익 증가분이 90% 넘어
기업 60%는 지불능력 되레 악화
“내수경제 활성화 위한 대책 필요”
국내 100대 기업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개선됐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 기업의 지불 능력 등이 악화된 것이다.
● 100대 기업 영익 81% 급등
18일 동아일보가 2023년 기준 매출 100대 기업(공기업, 금융기업 제외)의 올해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 합계는 591조5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60조8478억 원)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는 24조2304억 원에서 43조9280억 원으로 81.3%나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 급등은 반도체 훈풍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덕이 컸다. 양사의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영업이익 증가분은 총 18조1259억 원으로, 100대 기업 총 영업이익 증가분의 92.0% 수준이었다.
반면 배터리, 철강, 항공 부문 주요 기업 영업이익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탓에 LG에너지솔루션(―57.5%), 삼성SDI(―37.8%)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줄었고 SK온은 적자 폭이 커졌다. 배터리 소재 업체 에코프로, 엘앤에프는 올해 1, 2분기 적자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포스코홀딩스(―43.3%), 현대제철(―78.9%) 등 철강업체, 고유가·고환율로 수익성이 나빠진 아시아나항공(―88.1%), 대한항공(―7.1%) 등 항공업계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 60%가 지불능력 악화
반도체 효과를 뺀 나머지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기업이 단기에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 6개월새 하락한 기업이 60곳에 이르렀다. 100대 기업의 평균 유동비율은 지난해 6월 145.9%에서 6월 136.6%까지 떨어졌다. 유동비율은 100%보다 낮아지면 기업이 가진 돈이 단기간 내 갚아야 할 돈보다 적다는 의미다.
100대 기업 중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39.5%)보다는 개선됐지만 올 6월 말 유동비율은 42.8%에 그쳤다. 롯데쇼핑(49.9%), 신세계(52.5%), AK홀딩스(61.9%), 이마트(65.9%) 등 사업 구조상 재고 등 유동 자산이 적어 유동비율이 타 업종 대비 비교적 낮은 유통기업들도 유동비율 하위권을 이뤘다.
1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증가한 기업도 56곳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보통 100∼200%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아시아나항공은 1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고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지난해 말 1506.3%였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6월 2625.5%까지 치솟았다. 신사업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E1은 올 상반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평택에너지서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LNG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6개월 만에 170.7%에서 529.8%로 늘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커 반도체 수출이 늘면 전체 경기도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며 “미국 실업률이 높아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중국 경기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인 만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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