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 〈1〉 애그테크에도 AI 열풍
“예전에는 일일이 돼지 수를 세서 육가공 업체에 보냈어요. 한 마리씩 저울에 올려 무게도 쟀죠. 이제는 인공지능(AI) 카메라로 마릿수와 무게를 곧바로 알 수 있어요. 거래도 훨씬 투명하고 정확해졌어요.”
12일 찾은 전남 신안군의 하늘애농장 임상우 대표(52)가 웃으며 말했다. 한 무리의 돼지가 밖으로 통하는 통로를 지나가자 벽에 붙어 있는 작은 패널에 마릿수와 무게가 표시됐다. 9만9000m²(약 3만 평) 넓이의 농장에서 돼지 7500마리를 직원 7명이 키우고 있다. 임 대표는 “매일 돼지를 출하하는데 AI 카메라 덕분에 작업 시간과 일손이 크게 줄었고 저체중 돼지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농장의 카메라는 AI 스타트업 인트플로우의 제품이다. 카메라 영상을 AI로 분석해 돼지 숫자와 각각의 무게를 측정한다. ‘제3의 농업혁명’으로 불리는 애그테크(AgTech·첨단 농업)에서도 AI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 시대에 AI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10억 원이던 하늘애농장의 매출은 지난해 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임 대표는 “AI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수백만 원 들었는데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며 “환기와 온도 조절, 사료 급식까지 모두 자동화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4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를 연다.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청년농 및 기업들의 혁신 사례와 함께 귀농과 세컨드홈, 농촌 유학 정보가 소개되고 전국의 다양한 농축수산물도 전시된다.
위성영상 학습한 AI로 작물 관리, 농기계 수리 돕는 챗봇도
애그테크 5년간 年 20% 성장 전망 농사관련 생성형 AI서비스도 나와 작업자 따라다니는 운반로봇 등 일손 부족한 농장에 해결사 주목
“돼지 무게를 재려면 겁에 질린 돼지를 2명이 달라붙어 저울로 이동시켜야 돼요.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하면 이동하는 모습만으로 무게를 측정할 수 있어요.”
양돈 농장에 AI 카메라를 접목시킨 인트플로우의 전광명 대표는 “4000마리 넘게 키우는 농장에 우리 기술을 적용해 보니 무게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작업 시간이 95%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상기후로 사료값이 뛰고 노동력 부족으로 농장 운영은 점점 어려워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람이 해왔던 일을 AI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2일 광주의 인트플로우 사무실 한가운데는 돼지 모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손바닥만 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인트플로우가 개발한 AI는 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돼지의 활동량, 성장률까지 측정해 준다. 작업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돼지를 찾거나 사료량 등을 일일이 전산에 넣을 필요도 없다. 이상 행동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질병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인트플로우는 일본과 베트남,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개국 농가에도 제품을 수출했다. 전 대표는 “소나 닭도 AI 카메라로 생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소는 앉았다 일어나는 등의 특정 행동을 감지해 발정이나 분만 시기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성 영상 학습한 AI로 재배 상태 분석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 애그테크(AgTech·첨단 농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애그테크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226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91억 달러)과 비교하면 5년간 연평균 20% 성장하는 것이다.
AI는 인공위성 영상과 결합해 하루하루의 농작물 재배 상태도 분석해준다. 인공위성 농업 기술 기업 새팜은 국내외 220여 기의 인공위성 영상을 학습한 AI를 통해 매일 어떤 조치를 해주는 게 바람직한지 판단해서 알려준다. 예컨대 언제 논에 물을 대야 하는지, 비가 와서 물이 고인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농민들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1048개 농가에서 새팜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승환 새팜 대표는 “농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구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 영상 등과 AI를 활용하면 농작물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다. 국제 농산물 작황을 예측하는 독자 기술을 가진 바르카는 미국 농무부만큼이나 정확하게 미국의 대두, 옥수수 생산량을 예측해냈다. 바르카의 예측값과 미국 농무부의 값은 오차범위가 3%도 나지 않았다. 바르카는 생산량을 예측해 생산량이 적을 때 미리 계약해 이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서울대 인공위성지구물리연구실 출신인 전현균 대표는 “이익을 내려면 정확하게 농작물 생산량을 예측하는 게 필요한데 이를 인공위성과 AI를 통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 농기계 수리법 알려주는 생성형 AI 서비스
초보 농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도 나왔다. 농기계 전문 기업 대동은 올 4월 ‘AI 대동이’를 내놨다. AI 대동이는 농작물 재배와 판매, 농기계 자가 수리법 등과 관련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답을 해준다. ‘대동 커넥트(Connect)’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김종해 대동 커넥티드사업팀장은 “AI 대동이의 인기에 힘입어 대동 커넥트 앱은 3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며 “농가에서 AI 대동이를 AI 비서로 활용할 수 있게 추가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통해 스마트팜 내부 환경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서비스를 위한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14일 찾은 서울 서초구의 대동 스마트팜에는 천장에 닿을 듯이 높게 세워진 여러 개의 선반에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대동 관계자는 “자율 제어에서 더 나아가 AI를 활용한 생육 모니터링, 병해충 예측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AI뿐만 아니라 로봇을 활용한 애그테크도 활발하다. 로봇 플랫폼 기업 아트와는 지능형 운반 로봇 ‘봇박스’를 만들어 농촌에 공급하고 있다. 봇박스는 위치와 주행 거리를 스스로 인식해 작업자를 따라다닌다. 작업자는 과일 등을 따서 봇박스에 담으면 된다.
KAIST ‘K스쿨’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아트와를 창업한 강동우 대표는 “직접 배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봇박스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어렸을 때 세종시에 있는 고모의 과수원을 찾아 일손을 도왔던 그는 현재 배 농사를 지으며 일본에 수출도 하고 있다. 그는 “봇박스로 수확물이 담긴 상자뿐만 아니라 비료, 기자재 등 무엇이든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다”며 “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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