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법 날짜 계산법, 민법과 달라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는 취득일 포함
6월 1일 잔금 땐 매수자가 재산세 납부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
독일 출신 유명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 로에의 발언으로 알려진 명언이다. 매사에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문제점은 항상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세법 역시 중요한 내용은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날짜가 대표적이다. 상거래를 할 때 계약 기간을 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통상 민법을 따라 기간을 계산한다. 기간을 일, 주, 월, 연 단위로 정했다면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 2월 3일 오후 2시에 돈을 빌리면서 3일 뒤에 갚기로 했다면 민법상으로는 2월 6일 밤 12시까지 갚아야 한다. 돈을 빌린 첫날인 2월 3일은 포함하지 않고 계산해서다. 이를 ‘초일 불산입, 말일 산입’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법은 다르다. 세법은 ‘초일 산입, 말일 불산입’이 원칙이다. 보유 기간을 계산할 때 취득일인 ‘초일’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예시로 들어보자. 현행 소득세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라면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집주인들은 2년 요건을 채우는 시점이 가장 궁금할 텐데, 취득일인 ‘초일’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된다. 예컨대 취득일이 2023년 11월 30일이라면 2년 요건을 채우는 시점은 2025년 11월 29일이 된다. 이날부터는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고 팔 수 있다는 뜻이다. 거주 기간을 계산할 때도 초일을 산입한다. 따라서 집을 오래 보유하고 거주할수록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기간을 따질 때도 초일을 포함하면 된다.
재산세 과세 기준일도 마찬가지다.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재산세를 부과한다.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6월 1일 잔금을 치렀다면 그해 재산세는 매도자가 아니라 매수자가 내야 한다.
다만, 이런 원칙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따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행 세법에선 1가구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전에 다른 주택을 취득해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기존 주택을 취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난 후’에 신규 주택을 취득했고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조건인 ‘1년 이상 지난 후’를 따질 때는 초일은 불산입한다. 즉, 취득일은 포함하지 않고 계산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2023년 11월 30일에 기존 주택을 취득했다면, 만으로 1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인 2024년 12월 1일부터 신규 주택을 구입해야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신규 주택을 취득할 날부터 3년 이내 기존 주택을 양도해야 한다’는 부분도 민법의 초일 불산입 규정을 따른다. 2024년 12월 1일에 신규 주택을 취득하였다면 기존 주택을 늦어도 2027년 12월 1일까지는 처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도 초일을 불산입하는 경우가 있다. 공익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국가나 공공기관 등에 해당 토지 등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세금은 깎아주고 있는 제도다. 사업인정 고시일로부터 소급해 2년 이전에 취득했다면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이 된다. 2년 이전 취득 시점을 계산할 때는 초일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 공익사업용으로 수용되는 토지가 비사업용 토지인지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 법령에선 취득일이 사업인정 고시일로부터 5년 이전인 경우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않는다. 비사업용 토지는 사업용 토지보다 세율이 높아 비사업용에서 제외되는 게 납세자에게 유리한데, 이때도 초일을 포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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