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수익 논란’…김병환 금융위원장 “왜 비판받는지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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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8월 20일 10시 20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8.8. 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8.8. 뉴스1
주요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이른바 ‘은행의 고수익’ 논란이 발생하는 것에 관련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왜 이런 비판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당대출 등 은행권 신뢰 이슈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줄 것을 은행권에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해 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은행이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해왔음에도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9조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롭게 썼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2022년 상반기 8조 8422억 원을 뛰어넘어 첫 9조 원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는데, 올해 다시 경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이 예대마진 등에 의존하는 영업모델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권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CEO에게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런 혁신 노력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경제적 필요에도 부응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에서 350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 등이 불거진 것을 겨냥한 듯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그간 저평가받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성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방식은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 부채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단순 일회성 지원에서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식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소상공인 대출잔액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에 비해 약 380조 원 늘어났다”며 “정부가 금융권과 협력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새출발기금 등의 조처를 해 왔지만 소상공인 부채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소상공인에 맞춤형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차주의 상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방식을 ‘차주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은행권에선 소상공인 지원 및 은행권 혁신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그간 꾸준히 논의된 은행의 업무 범위 개선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국민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 나간다면 최근 망분리 혁신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을 시작으로 앞으로 약 1달간 금융권역별 CEO 등 현장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4대 리스크(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부동산PF, 중소금융권 건전성)’, 기업 밸류업 등 현안 및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22일 여신금융업, 28일 보험업, 29일 증권업, 다음 달 2일 저축은행업, 다음 달 5일 자산운용업, 다음 달 9일 상호금융권, 다음 달 11일 금융지주사 순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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