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 〈3〉 식량위기속 주목받는 ‘푸드테크’
인공장기 연구하다 스타트업 창업… “kg당 1만원대 소고기 생산이 목표”
분말 두유, 간편하고 액상보다 저렴… 연중무휴 스마트팜은 중동에 수출
19일 찾은 경북 포항시의 스타트업 ‘티센바이오팜’. 본사 내부의 연구소로 향하자 실험실과 정육점을 한곳에 모아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연구원들이 하얀 장비 앞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붉은 조명 아래 3∼5kg 크기의 고깃덩어리들이 진열장 안에 놓여 있었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36)는 “저 장비에서 출발한 결과물이 고깃덩어리들”이라며 “만들어진 고기지만 실제 소고기, 돼지고기와 맛이랑 식감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고깃덩어리들은 장비를 이용해 고기를 이루고 있는 세포를 따로 자라나게 한 뒤 그걸 모아 만든 ‘배양육’이었다.
● 배양육 1kg, 10달러로 생산 목표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던 한 대표는 2021년 말 티센바이오팜을 창업했다. 그는 “인공장기를 만드는 조직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세포 배양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다가 배양육 업계의 고민을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올라 창업에 나섰다”고 했다.
티센바이오팜은 마블링이 구현된 덩어리 형태의 배양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제작 비용도 기존의 100분의 1까지 줄였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글로벌 배양육 업체들이 수천억 원을 투입해 수년간 연구를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다짐육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지 않았지만 투자금은 창업 2년 만에 77억 원이 모였다. 내년부터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시리즈 A’ 투자 유치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싱가포르와 미국, 이스라엘이 배양육 판매를 허용하고 있고 영국과 호주 등에서도 허가를 검토 중이다. 국내에선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포 배양 기술로 얻은 원료를 식품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이제 막 제도화의 첫발을 디뎠다. 배양육 판매에 필요한 안전성 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준비 중이다.
한 대표는 “당장 판매는 어려운 만큼 내년 상반기(1∼6월) 중 시식회부터 열고 대중에게 배양육을 소개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배양육 1kg당 생산단가를 10달러(약 1만3000원)로 낮추고 5년 내로 하루 평균 생산량을 20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배양육을 비롯한 ‘푸드테크(식품+기술)’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내년에 3600억 달러(약 4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2110억 달러)과 비교하면 연평균 7%의 성장세다.
● 액상 두유보다 싸고 간편한 분말 두유
16일 찾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휴밀의 경남 김해시 제조공장에는 콩이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마다 한가득 쌓여 있었다. 국산 콩을 잘 씻어서 말린 다음 특허 기술인 ‘분말 두유 제조’ 방식으로 열처리실에서 가공하고 곱게 갈면 물에 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두유 분말이 완성된다.
두유를 분말 형태로 만들었을 때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액상 두유보다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부피도 작다. 일반 포장 용기에 액상 두유를 5L 담을 때 분말 두유는 50L 분량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다. 유통 기한도 액상 두유의 두 배로 길어 수출 등에 유리하다.
휴밀은 제품을 풀무원 등에 납품하면서 지난해 2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5억∼4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별다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거둔 성과다. 김경환 휴밀 대표는 “대부분의 가루 제품에 ‘커피 프림’이 들어간다”며 “이런 첨가제 없이 천연 원료로만 만들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대기업 납품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폭염 등 이상기후에 스마트팜도 각광
최근 폭염, 장마 등으로 생산량이 들쑥날쑥해지면서 스마트팜의 인기도 급등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1년 내내 똑같은 품질의 농작물을 예상한 물량만큼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생산 업체인 드림팜은 2019년부터 소형 스마트팜인 ‘큐브(Cube)’를 만들어 분양을 시작했다. 큐브 안에서는 빛과 공기, 열, 양분 등의 생육 환경이 자동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날씨나 계절 변화와 상관없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드림팜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마즈마아 지역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하는 1억2000만 달러(약 1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린은 햇빛 없이 발광다이오드(LED)만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고 수경재배도 가능한 수직타워형 스마트팜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와 수도만 있으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라 침전물 청소도 간편하다. 그린의 권기표 대표는 “투입 비용 대비 생산성이 높아 시장 호응이 크다”며 “지난해 45억 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벌써 70억 원을 넘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라팜은 스마트팜을 통해 귀농, 귀촌,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사라팜의 조성진 이사는 “자체 설비와 데이터를 활용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사용하는 농업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잎을 따주는 작업만 직접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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