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로또 확률, 당첨 안돼”…청약통장 해지 1년 새 34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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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8월 21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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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2583만명→2548만명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 144.9대 1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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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을 유지해봤자 어차피 당첨도 안 되고 결혼을 안 하면 가점도 최저 수준이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입니다. 그냥 이 돈을 빼서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해지를 고민 중입니다.”(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A씨)

서울 등 수도권에서 ‘로또 청약’ 열풍으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청약통장 무용론도 커지면서 가입자들의 청약통장 해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2548만98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2550만6389명)보다 1만6526명 줄어든 규모로, 1년 전(2583만7293명)과 비교하면 34만7430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달에만 1673만5611명에서 1668만2779명으로 5만2832명 감소했는데, 이는 6월 감소폭(2만8904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청약경쟁률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가점 만점자도 많다 보니 1순위 청약자가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첫째 주까지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총 14개 단지 1741가구(특별공급 제외)에 1순위 통장 25만2252건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평균 경쟁률은 무려 144.9대 1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원펜타스’의 경우 178가구 모집에 1순위 통장만 9만3864건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527.3대 1에 달했고, 당첨자 가운데는 청약가점 만점자가 3명이나 등장하기도 했다.

치솟고 있는 분양가도 청약 무용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4401만7000원에 달했다.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하면 6년여 만에 2배가량 오른 셈이다.

이에 가점이 낮아 당첨 확률이 적고, 분양가를 감당하기 힘든 미혼 청년 등을 중심으로 청약통장 해지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부부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등 청약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최근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금리를 최대 2.8%에서 3.1%로 0.3%p(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는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청약통장 해지가 급증하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의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분기 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17조719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4%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청약통장 납입인정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까지 올려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오는 9월부터 빠르게 가점을 채울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다. 당장 월 10만원도 내기 버거운 사회초년생 및 저소득자들의 경우 월 25만원을 채우지 않으면 청약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정부가 기존 가입자 중 선납자들의 납입인정금액은 그대로 10만원만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가입자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과도한 청약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는 현행 청약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주변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다보니 해당 주택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청약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했다.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의 5~10%만 저렴하게 책정해도 분양가상한제의 기능은 충분히 작동이 된다”며 “로또 청약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불안한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관심이 없던 분들까지 끌어들이게 되고,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들의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져 간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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