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업(P2P) 업체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의 매출채권 투자 상품 부실로 700억 원 가량의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건 발생 보름 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음에도 금융 당국의 현황 파악이 지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빠르게 대응했다는 해명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지난달 18일 금감원에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가 취급하고 있는 카드 매출 선정산 투자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의 요지는 카드 매출 선정산 업체와 전자지급결제업자(PG)인 루멘페이먼츠의 대표가 동일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정산 업체와 PG사를 동일 주체가 운영할 경우 ‘허위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자금 흐름을 생각해보면 그같은 우려가 일리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소비자가 온오프라인에서 소상공인의 물품·서비스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대금을 PG사에, PG사는 소상공인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할인된 가격으로 카드 매출 채권을 선정산 업체에 넘겨주게 된다. 여기서 P2P 투자자들은 해당 선정산 업체가 소상공인의 카드 매출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돈을 빌려준다. PG사가 최종적으로 소상공인에 지급할 돈을 P2P에 넘겨줌으로써 투자자들의 돈이 회수되는 구조다.
그런데 실상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서 매출채권을 사는 선정산업체 대표와, 최종적으로 그 매출채권 대금을 투자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PG사 대표가 동일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는 카드 매출 선정산 투자 상품 설명서에 PG사와 선정산 업체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 운영 주체들을 직관적으로 살펴보기 어려웠는데 선정산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가 이를 파악해 민원까지 제기한 것. 실제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카드 매출 선정산 업체와 PG 대표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려대로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8월 2일부터 일부 상품에 대한 변제를 못 했고, 5일에는 대부분을 미변제하기에 이르렀다.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는 6일 오전 해당 건을 당국에 신고했고, 금감원은 이날부로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서울남부지검에 해당 건을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 홈페이지에 제시되어 있는 한정적인 정보를 뜯어보다가 해당 사실을 발견했고 민원 제기 후 금감원 담당자와 관련하여 통화까지 했다”라면서 “사전에 당국에 위험성을 알렸지만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대한 빠르게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민원은 제기됐다가 취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민원 등을 인지하고 입증한 뒤 현장 검사를 나가는 구조인데, 확인되는 대로 곧장 나간 것이어서 크게 지체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원인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개인정보 제3자 동의나 구체적인 증빙자료 증빙 요청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돼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곧장 현장 검사로 이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검사 대상을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 루멘페이먼츠 외에 스마트핀테크로 넓혔다. 스마트핀테크도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와 유사 상품을 취급 중인데 PG사로 문제가 된 루멘페이먼츠와 협업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27일 집회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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