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 사장 ‘눈물의 라방’… 쌀 5000만원어치 팔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2일 16시 31분


22일 경기 하남시 햇쌀농산 창고에서 진행된 라이브 커머스 방송 현장.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랩이 최근 불거진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획전이다. 하남=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힘 내세요. 햇살이 쨍 비치는 날이 옵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쌀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 햇쌀농산 공동대표(34)는 22일 오전 11시부터 회사 창고에서 진행된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한 시청자가 남긴 이 댓글을 읽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을 멈췄다. 햇쌀농산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5월과 6월 판매 대금 약 15억 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상황이 어려워져 4명의 직원 중 어쩔 수 없이 1명을 내보내기도 했다. 응원의 한 마디를 보자 가슴치며 속상해 하던 시간들이 스쳐간 것이다.

최 대표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 속에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는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회사인 ‘그립’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립은 티몬·위메프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위해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힘내라 라이브’ 기획전을 준비했다. 그립은 유명 쇼호스트 김태진 씨까지 섭외해 이날 햇쌀농산 라방을 진행했다. 김 씨는 “방송 기획 취지를 보고 무조건 나가서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 반동안 진행된 라방의 시청자 수는 8만5000여 명. 채팅 수는 2100여 개에 달했다. ‘좋아요’ 수는 2만955개였다. 구매 건 수는 1153건으로 2000만 원 어치 쌀이 팔렸다. 방송 전 예약 판매분 3000만 원가량을 더하면 라방 한 번으로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라방 진행 중 한 고객은 쌀 110㎏ 어치를 구매하기도 했다. 110㎏를 한 사람이 구매한 것을 보고 최 대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방송을 마친 최 대표는 “한 시간 반 동안 이만큼 팔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응원 댓글을 보고 울컥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립 관계자는 “오늘 첫 방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를 입은 다른 판매자들을 위한 ‘힘내라 라이브’ 2·3차 라방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햇쌀농산처럼 기업 이름을 공개하고 티몬·위메프로 인한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2차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다른 거래처에서 결제 주기가 도래하기 전 ‘정산을 일찍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물건을 더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을 뿐인데 더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명을 밝히지 않은 한 티몬·위메프 피해자는 “거래처들이 사정을 양해해주기보다는 거래를 줄이고, 결제를 독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미정산 사태 이후 해당 플랫폼과 거래해온 판매자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티몬 18억 원, 위메프에서 12억 원을 정산받지 못한 한 판매 업체는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말라버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업체 영업실장은 “대표님이 병환 중이라 대신 이야기하게 됐다”며 “창고 두 개 중 하나와 대표님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이것을 처분해서 돈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 15명 중 7명에게 권고사직 통보를 했고, 3~4명을 추가로 더 해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