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리더의 ‘꿀잠’은 조직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치트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6일 03시 00분


한국인 수면 시간 OECD 꼴찌
잠 부족하면 의사결정 어려워져
직원 숙면 위해 힘쓰는 글로벌 기업
수면도 ‘공부’의 영역이다


임원으로 승진한 A 씨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렸다. 회의를 열고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점검했다. 그렇게 1년간 일중독에 빠져 살다 보니 심신이 지쳐갔다. 무엇보다 화가 자주 났다. 회의 중 사소한 일에 소리를 지른 적도 여러 번이다. A 씨를 둘러싼 주위의 평판은 점점 나빠졌다.

유능하고 성실했던 신임 임원 A 씨가 감정 기복이 심한 리더가 된 원인으로는 ‘수면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분노, 흥분 등 강한 감정을 촉발하는 편도체가 감정 반응을 평소 대비 60% 이상 증폭시킨다. A 씨 또한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어쩌다 일찍 귀가하는 날에도 머릿속엔 일 생각이 가득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의사결정을 위한 인지 기능을 망가뜨리지만, 우리 사회에선 잠을 적게 자는 것을 성실의 지표로 여긴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수험생들의 말이 그 사실을 대변한다. 한국의 직장인, 특히 리더들이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밤중에 일 생각을 거두고 숙면에 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8월 1호(398호)에 실린 ‘리더들을 위한 ‘꿀잠’ 가이드’를 요약해 소개한다.

● 편도체·전두엽 망가뜨리는 수면 부족


수면 부족은 편도체뿐만 아니라 전두엽의 기능 또한 저하시킨다. 전두엽은 계획, 문제 해결, 추론, 의사결정 등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데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2010년 석유 시추선 폭발로 11명이 사망하고 원유 7억7000만 L가 유출돼 역사상 가장 끔찍한 환경 재앙으로 꼽히는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역시 당시에 현장 관리자들과 작업자들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만성 피로에 시달렸으며 판단력이 저하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인지 기능 외에도 창의성, 동기, 인내심, 업무 효율, 팀워크, 정신적 안정, 사회성 등 리더십의 주요한 요소들이 수면의 부족으로 와해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업무 관련 문제에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는 빈도와 횟수도 적어진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과제부터 창의성을 요구하는 복잡한 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업무 중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덜 힘든 과제를 선택한다. 즉, 창의적인 해결책을 덜 요구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다.

● 한국은 ‘수면 후진국’


수면 부족이 업무와 리더십의 거의 모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이에 2023년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하며 매년 하락하는 추세로 한국인은 수면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들이 극심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회사 일이나 가사 등이 잠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등 불규칙한 수면 패턴 또한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주중에 섭취하는 카페인은 혈중에 최소 8시간 동안 남아 밤중 수면을 방해한다. 이처럼 숙면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갖춰져야 하지만 학교나 사회에서는 수면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 숙면으로 생산성 향상해야


글로벌 기업들은 수면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요소라는 점을 깨닫고 구성원의 숙면을 위한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근무 일수로 환산하면 근로자당 연간 11일이 넘고 비용으로는 약 228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구글은 직원들이 업무 중간에 짧게나마 잠을 보충할 수 있도록 사내에 ‘낮잠 캡슐’을 설치했고, 직원들에게 수면 교육을 제공해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P&G는 직원들이 저녁에 쉬는 데 도움이 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조명 시스템을 도입했다.

조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 스스로가 잠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 우선 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수면에 관한 교육, 영상, 책을 통해 수면이 왜 필요한지 배워야 한다. 운동, 식습관만큼 수면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즉, 아직까지 다른 리더들이 주목하지 않는 생산성의 치트키가 바로 수면인 셈이다.

기상 알람을 맞추는 것처럼 자러 갈 시간에 알람을 설정하며 하루 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숙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인 스트레스 또한 관리해야 한다. 잠에 드는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등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운동선수들은 0.1%라도 기량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에 몰두한다. 마찬가지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면은 우리 몸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보호 체계이자 회복 체계이다. 리더가 숙면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 인지 능력 등을 회복한다면 조직 전체에 생산성은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수면 부족#숙면#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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