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AI 스마트 현장 르포
설비와 충돌→공장 스톱 미리 막아
운전실 직원들 단순업무서 벗어나
제품 라벨 검수도 AI로… 오류 줄어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두 대의 스마트 폐쇄회로(CC)TV가 시뻘건 슬래브(철강 반제품)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슬래브의 온도는 1000도에 달한다. 길이 8m, 무게 35t(톤)에 이르는 슬래브가 자칫 정상 각도를 벗어나 설비와 부딪치면 연주공장 전체가 멈추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윤일용 포스코DX AI개발센터장은 “스마트 CCTV의 AI가 슬래브의 중심점과 각도를 영상 프레임 단위로 살피며 슬래브가 벨트에 제대로 놓여 있는지 감지한다”고 설명했다. 슬래브가 비스듬히 놓여 있는 등 사행을 발견하면 즉시 작업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자체적으로 라인을 중단시킨다. 덕분에 운전실 직원들은 10대가 넘는 모니터를 하루 종일 바라봐야 하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한 현장 직원은 “사고를 일차적으로 방지하는 장치가 생겨 안정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제품) 검수장에선 송장 정보와 선재에 붙은 라벨을 대조하는 업무를 AI가 대신하고 있었다. 선재 14개를 실은 대형 트럭이 검수 운전실 A동으로 진입하자 라인 좌우 상단에 설치된 스마트 CCTV 12대가 선재에 부착된 라벨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하루 약 3000개 제품 라벨을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대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곤 했다. 제품 라벨이 검수 위치 반대편에 부착돼 있으면 사람이 적재 차량 위에 올라가 확인해야 하는 안전 문제도 있었다.
안성훈 포스코DX IT사업실 스마트팩토리그룹 프로젝트매니저는 “일반 카메라처럼 고정 화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직접 카메라를 조종해 라벨을 추적한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화면은 실시간으로 검수 운전실 모니터에 중계됐다. 비뚤게 부착된 라벨이 잘 읽히지 않자 AI가 카메라를 좌우로 회전, 확대·축소해 가며 화면을 조정했다. 2분여 만에 라벨 14개가 모두 인식됐다.
포스코DX는 올해 AI 기술센터를 신설하고 제철소, 이차전지 소재 공장 등 다양한 산업현장으로 AI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꼭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과 위험한 현장에서의 작업을 AI로 대체해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