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라며 추가 대책 등 은행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은행권이 추가 ‘대출 옥죄기’ 방안 마련으로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은행은 생활안전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수도권 소재 주담대 대출 기간을 축소하는 한편 보증보험 상품도 줄줄이 중단에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국민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다주택자 주택구입자금대출 취급 제한 및 타행대환용 주담대 신규 취급을 제한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이다.
우선 오는 29일부터 보증보험 상품인 MCI·MCG 취급을 중단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500만 원, 지방의 경우 2500만 원의 대출 한도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이날부터 MCI·MCG 취급을 중단했는데, 국민은행도 동참한 것이다.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 기간도 30년으로 축소한다. 기존에는 청년(만 34세 이하)의 경우 50년, 그 외 40년이었으나 일괄 30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 원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별도의 한도가 없었으나, 올해 취급한 대출을 포함해 물건별로 최대 1억 원 한도를 두는 것이다. 다만,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전자금대출은 최대 대출한도 초과 취급할 수 있다.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에 대한 담보대출도 중단한다. 대·공장용지 제외한 전, 답, 과수원 등이 대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했다. 주담대 고정기간(5년) 금리는 전날 3.571~5.836%에서 4.074~6.338%로 상승했다. 하단은 4%대, 상단은 6%대를 돌파했다. 금리 기준인 금융채 5년물 변동분과 가산금리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다.
또 전월세대출 금리도 0.1~0.5%p 함께 인상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6일 주담대 상품 금리를 0.1%p, 지난 14일에도 0.2%p 인상한 바 있다.
은행권은 그간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가계부채를 조절해 왔는데, 대출한도 축소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및 신용대출까지 죄고 있다. 이 원장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라며 DSR 관리나 갭투자 대출 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을 주문했는데, 은행권에서 즉각 반응한 것이다.
전날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의 부동산·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자율성 측면에서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금감원이) 관여를 안 했다”며 “은행이 금리를 쉽게 올린 것으로 비판이 있다면 앞으로는 개입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이 자율적 DSR 관리나 갭투자 대출 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이 당국의 기조에 맞춰 발 빠르게 추가 대응방안을 내놓으며, 다른 은행까지 이런 분위기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신한은행이 취급을 중단하기로 한 ‘조건’이 붙은 전세대출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 등 투기성 대출에 활용될 여지가 있는 것들이다.
이와 함께 신탁사로 소유권이 이전돼 있는 ‘신탁등기 물건지 전세대출’도 취급을 중단한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 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만 취급이 불가했으나 오는 이날부터 주택금융공사 보증도 취급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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