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우리銀, 금요일 밤늦게 슬며시 금융사고 ‘자백’[금융팀의 뱅크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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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상황 따라 계속 입장 바꾸며 대응
금감원 거센 압박에 결국 인정


23일 오후 10시 반 우리은행은 홈페이지에 금융사고 공시를 띄웁니다. 업무상 배임을 한 직원을 고소했다는 내용으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 대출을 내주는 데 관여한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얘기였습니다.

금요일 야심한 밤에 공시가 올라오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예정에 없던 설명자료를 배포하라 지시합니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미보고의 심각성에 대한 자료로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은행장을 향해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왜 이런 날 선 반응이 나왔을까요. 그간 우리은행의 ‘갈지자 행보’를 보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전임 회장 부당 대출 건을 인지했을 때부터 금융사고가 아님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다 금감원이 이달 9일 손 전 회장 부당 대출 검사 결과를 발표하자, 우리은행은 그날 오후 경찰에 관련자를 배임 등으로 고소합니다. 여신심사 소홀 문제일 뿐이라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더니, 문제가 공론화되자 갑자기 고소에 나선 것이지요. 배임 혐의는 금융사고 보고 대상에 해당합니다.

이어 12일 현 경영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부당 대출에 선을 그었습니다. 13일에는 금융사고가 아닌 것이라 판단해 금감원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까지 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이 원장이 “우리금융을 신뢰할 수 없다”며 메시지를 내고 22일 금감원이 추가 현장 검사에 나서자 23일 밤 ‘금융사고 공시’가 이뤄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직 회장 관련 문제였다면 경영진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해결 의지를 보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입장이 자꾸 달라지니 현 상황만 모면하자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대응이 오히려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더 주시하게 만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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