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법인세만 16조 넘게 줄어
고물가-고금리에 내수 위축된 데다
기업실적 악화 여파로 세금 덜 걷혀
정부, 세입예산 재추계 두고 고심
올 한 해 정부가 거둬들일 세금이 당초 목표치보다 20조 원 넘게 부족할 것이 유력해졌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가 위축된 데다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 여파로 세금이 덜 걷히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정부와 국회가 연달아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사회 변화에 대응할 재원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세 수입은 총 168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조9800억 원(5.6%) 줄었다. 반년간 한 해 목표치(367조3000억 원)의 절반도 못 걷은 셈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작년만큼 세금이 걷히더라도 33조1000억 원이 부족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56조 원 세수 부족에 이어 올해도 20조∼30조 원의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국세 수입은 340조 원 안팎에 그치게 된다.
올해 세수를 발목 잡는 주요 원인은 법인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올 4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기업경기 악화로 영업적자를 낸 탓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상반기 30조7000억 원 걷혀 한 해 전망치의 40%를 밑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과 비교하면 16조 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올해 수출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반기(7∼12월) 법인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세수 펑크를 메울 만큼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기업은 올 상반기 실적에 따른 세금을 8∼9월 내지만, 지난해 적자를 본 기업에 대해선 중간예납분 세금에서 결손금 일부를 빼주기 때문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중간예납 때 상반기 실적에 대한 세금을 내기보다 지난해 법인세의 절반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기업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법인세가 바로 늘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고금리, 고물가가 길어지며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점도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4∼6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9% 줄면서 9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긴 내리막이다. 당초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가 좋아질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과 같은 침체가 이어진다면 국세 예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도 기대만큼 걷히지 않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 역시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지만 잔금을 치르고 세금을 신고하기까지 시차가 있어 세수 증가세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올해 세입 예산을 다시 짜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조만간 재추계 여부를 결정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세수 부족은 지난해 기업 이익이 줄어든 경기 효과에 더해 최근의 감세 기조에 따른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와 국회의 대규모 감세가 재정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어 급격한 경기 변화나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장기 과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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