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 산’자가 빼곡히… 화폭에 솟아오른 백두대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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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스페셜] 해동서예학회

금제 김종태 화백의 작품 ‘청산별곡’.
금제 김종태 화백의 작품 ‘청산별곡’.

심혈을 기울인 미세한 ‘뫼 산(山)’ 자를 동원해 몽환적인 작은 산을 이루며 웅혼한 봉우리가 탄생한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봉우리마다 수많은 한문 초서체 ‘山’ 자가 점점이 박혀 거대한 백두대간을 형성했다. 수묵화인 듯 동양화인 듯 1870년대 프랑스의 인상파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점묘화처럼 여백을 작은 글씨의 조합으로 채우면 서양화 기법마저 묻어난다.

화제의 금제 김종태 화백은 지난 40여 년간 서예의 정도를 걸어온 한국 서예계의 거목이자 해동서예학회를 이끌며 오늘에 이른다. 전통 한글 궁체를 바탕으로 한문과 한글의 전통 필법을 융합한 ‘선화체’란 독창적이면서 현대적인 서체를 개발한 주인공으로 널리 회자된다.

산은 그에게 예술의 원천인 동시에 동과 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을 담는 그릇인 셈이다.

젊을 때 무려 300여 개에 달하는 산을 오르내리며 눈에 서린 봉우리들은 그의 붓을 통해 또 다른 뫼 산 자로 이뤄진 산으로 한지를 채워간다. 김 화백은 본업이 서예가인 만큼 한자의 제자 원리 중 하나인 ‘상형’을 화폭에 독창적으로 담아내며 태초의 산봉우리를 그려 왔다. 그의 산수화는 동양의 정신을 화폭에 구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뫼 산 자를 재료로 심(心)과 산(山)이 일체된 경지를 그려낸 표현 기법이 이채롭다.

김 화백은 서예가뿐 아니라 시조와 에세이집 출간 등 시서화를 총망라한 문예 활동으로 쉼 없는 정진을 지속한다. 김 화백은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월간 山’에 ‘그림산행’을 시리즈로 연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전통의 답습이 아닌 창조와 재해석에 방점이 찍혔다. 김 화백은 “서예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김 화백은 제자와 지인들에게 정성이 깃든 글귀를 써주는 버킷리스트로 여생을 만끽한다. ‘참 좋은 당신’ ‘우정은 산길 같아 자주 오고 가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져 그 길이 없어지나니’ 같은 고견이 주류를 이룬다.

김 화백이 그려낸 산수화는 동양의 마음을 담았으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뫼 산 자를 원소로 삼아 심산의 실체를 담은 독특한 표현 기법에 법고창신의 참신함과 기발함이 들어 있다. 김 화백은 서예가답게 한자의 제자 원리 중 하나인 상형의 원리를 그림에 독창적으로 응용해 자연(산)을 그려 냈다. 그가 즐겨 그린 산은 일견 동양의 여느 산수화와 같은 준법으로 표현한 바위와 운무, 초목으로 이뤄진 그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 화백은 “나의 작업이 좋은 작품, 유익한 글,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진솔하고 따뜻한 시·서·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da 스페셜#da#해동서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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