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숨은 나랏빚’인 공공기관 부채
2022년 1600조 육박 역대 최고치
“재정건전성 관리 법제화 시급”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많은 가계부채에도 그동안 한국이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뒤를 받쳐줄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재정지출이 많아지며 국가부채가 큰 폭으로 늘고 공기업 부실도 커지면서 부채 위기에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올 상반기(1∼6월) 나라살림 적자 폭이 연간 목표치보다도 많은 100조 원을 넘어섰고, ‘숨은 나랏빚’인 공공기관 부채까지 1600조 원에 육박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을 견제할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상반기(―110조5000억 원) 이후 가장 큰 적자로, 정부의 연간 적자 목표치(91조6000억 원)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뺀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 주는 지표다. 나라살림 적자 폭이 커진 건 대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급감하는 등 세수 결손의 영향이 컸다.
공기업들의 빚도 역대 최고치다. 2022년 공공부문 부채는 1588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61조4000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73.5%로 사상 처음 70%를 돌파했다. 공공부문 부채는 공기업 부채 전부를 반영해 정부가 안고 있는 재정 위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통상 ‘숨은 나랏빚’으로 불린다.
이처럼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재정준칙은 정부가 재정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제어하는 법적 장치로 주요국 대부분이 갖추고 있다. 예산 편성 시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초과하면 재정적자 한도를 GDP의 2%로 축소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역대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세수는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여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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