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금리 올렸더니
이복현 “금리인상, 바란것 아냐” 질타
시장선 “정책실패, 은행에 전가” 비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25일 가계대출 관리 목적으로 금리 인상을 거듭해 온 은행들을 향해 “당국이 바란 건 금리 인상이 아니었다”고 질타하자 은행들이 대출한도 줄이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이 정책 실패를 은행에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개시하며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했다. 그러나 7월 이후 당국의 태도는 달라졌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2차례 주담대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63∼6.03%로 지난달 초(2.94∼5.76%)보다 껑충 뛰었다. 시장 금리는 낮아졌지만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린 결과였다. 그동안 금리 인상을 지켜만 봐오던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또 은행권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은행이 금리 인상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감독당국 수장의 날 선 비판이 전해지자 은행들은 대출 만기 및 한도 제한 조치까지 연이어 내놓았다.
하지만 불만도 차오르는 모양새다. 대출 규제를 연기하는 등 대출 수요를 관리하지 못한 데다, 연이은 금리 인상을 묵과해온 건 다름 아닌 당국이라는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대출 기조는 결과적으로 실수요자의 피해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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