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寺’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 되려면 금통위원 역할 커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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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美연준 전문가’ 김진일 고려대 교수
“대통령실의 ‘금리 동결 아쉽다’ 언급
나쁘진 않지만 눈치보게 만들수도
금리 인하때 환율 불안 가장 우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10년 가까이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금은 섣불리 금리 인하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10년 가까이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금은 섣불리 금리 인하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은행이 ‘한은사(寺)’에서 벗어나 더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려면 각 금융통화위원들의 역할을 늘리고 발언의 자율성을 지금보다 더 확보해 줘야 합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한은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과를 비롯한 수입 금지 품목 개방 등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보고서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절간처럼 조용하다고 해서 ‘한은사’라고도 불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 교수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엔 각 지역 연준 위원들이 활발히 언론 인터뷰를 하고 의장 결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등 소통이 활발한 편”이라며 “한은에도 분야마다 전문성을 갖춘 금통위원들이 있는 만큼 소통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의장 시절 10년 가까이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연준 전문가’다.

김 교수를 만난 이날은 마침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대통령실에서 이례적으로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한 날이었다. 김 교수는 “각 경제기관의 시각이 모두 다른 것처럼 서로의 다른 입장을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해선 나쁘지 않게 본다”면서도 “다만 발언으로 인해 서로 눈치를 보게 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리처드 닉슨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연준의 결정에 대해 관여한 대통령이 거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올해 한은이 0.25%포인트씩 한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경우 0.25%포인트씩 두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은은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금통위를 연내 두 차례(10월, 11월), 연준은 세 차례(9월, 11월, 12월) 남겨두고 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 인하를 ‘언제’ 할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인하의 ‘속도와 폭’”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를 더 빠르게 올렸다는 점에서 내릴 때도 급격하게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단행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환율 불안’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재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우려스럽긴 하지만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잡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반면 환율의 경우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변수가 많아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때 오히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고금리 장기화 때문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당장 금리 인하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가 내수 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한은의 양대 책무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인데, 물가는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지만 금융 안정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불안정 등으로 인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섣불리 금리 인하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선 경기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미국도 인플레이션이라는 큰불을 잡고 잔불을 진화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다만 미국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노동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나오는 보고서들을 보면 우리의 생각만큼 노동시장이 좋지만은 않았을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시끄러운 한은#동아경제가 만난 사람#미국연방준비제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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