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청년층 노린 중동의 개혁 바람, K콘텐츠 확산의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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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의존 벗어나려는 중동
개혁개방으로 문화시장 열어
지역-문화적 특성 반영한
핫스폿(HOT SPOT) 전략 필요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콘서트. 동아일보DB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콘서트. 동아일보DB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던 BTS 콘서트는 중동 지역 내 K팝의 위상, 그리고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아랍권 가수에겐 처음으로 문을 연 킹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는 3만여 명의 아미(ARMY·BTS 팬클럽)가 몰려 뜨거운 현지 분위기를 입증했다.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굳게 닫혔던 중동 문화시장의 문이 차츰 열리는 가운데 K팝을 필두로 한 K콘텐츠들은 그야말로 약진하고 있다. 음악 외에도 드라마와 영화, 게임과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이라는 낯선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가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저에는 석유 의존형 국가 경제를 벗어나 관광·문화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동 한류의 근본적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는 중동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8월 2호(399호)에 실린 관련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K팝 넘어 K콘텐츠 전반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메나’(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한류팬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130배나 폭증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한류 동호회 회원 수는 233만 명에 달했고, 지금은 440만 명까지 늘었다. 한류 행사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CJ ENM의 케이콘(KCON)은 8000명 규모의 행사였지만 2022년 리야드에선 2만 명 규모로 확대됐다.

각종 교류와 협력 체계도 구축됐다.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와 UAE 문화청년부의 문화 교류 및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2023년 3월엔 ‘아기 상어’로 유명한 콘텐츠 회사 더핑크퐁컴퍼니가 사우디 투자부와 현지 사업 확대 MOU를 맺었다. K팝과 K콘텐츠가 사우디와 UAE 등 중동 지역으로 본격 뻗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넘어 한국 그 자체에 대한 인식과 한국 제품의 선호도도 높은 상황이다. 2022년 프린스술탄대에 사우디 최초로 세종학당(한국어학당)이 생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동 곳곳에선 이미 한국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의 인기도 상당하다. 올해 들어 최종 체결된 한국과 걸프협력회의(GCC)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UAE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관세 장벽을 허물고 비즈니스 기회를 더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근본 배경은 중동의 개혁·개방

K콘텐츠의 인기는 중동 국가들의 적극적인 개혁·개방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사우디와 UAE,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2010년 중반부터 일제히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선포했다.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 UAE의 아부다비 2030, 카타르의 국가비전 2030 등이 대표적이다. 목표는 비슷하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개혁해 중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2019년 당시 전통 복장 아바야를 입고 그룹 BTS의 공연을 기다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 팬들. 동아일보DB
2019년 당시 전통 복장 아바야를 입고 그룹 BTS의 공연을 기다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 팬들. 동아일보DB
사우디가 2019년 관광비자의 빗장을 푼 것이 변곡점이 됐다. 2019년 10월 열린 BTS 콘서트를 계기로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없었던 관광비자를 신설했다. 이전까지는 메카 성지 순례나 비즈니스 목적이 아니면 이 나라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젠 관광을 위한 방문이 가능해졌다. 비자 발급은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우디 내에서 엄격하게 유지되던 종교적, 전통적 법률과 관습의 혁신을 수반한다. 여성의 몸 전신을 가리도록 하는 전통 의상 ‘아바야’를 외국인 여성은 입지 않아도 되게 복장 규정을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녀가 함께 공연장을 갈 수 없던 규정도 사라지고, 그간 막았던 영화관의 신설도 허용했다. 약 3700만 명의 사우디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5세 이하 청년층이 이 같은 개혁 정책의 핵심 타깃이었다. 중동 지역의 인구 50% 이상이 청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개방 정책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요인이다.

● 중동 사로잡을 핫스폿 전략

중동 지역은 그야말로 핫스폿(Hot Spot), 아주 덥고 건조한 곳이다. 이에 중동의 다양한 면모를 담은 핫스폿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영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동 내 한국 콘텐츠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핵심 가이드로 총 7개의 전략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먼저 사막의 이방인을 초대하고, 친구로 맞는 H(Host & Hospitality) 전략이다. 사막을 건너려면 친구가 필요하다. 중동 국가들의 비전을 이해하고, 좀 더 근본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제작을 가능케 하는 P(Produce their own things using Partnership)도 중요하다. 현지에 공고한 파트너십을 만들면서 중요 분야에서 현지 청년층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당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현지 인적 자원을 훈련시키고 가르치는 T(Train and Teach their Human Resources)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중동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고급 인재 육성을 통해 중동 국가들의 체질 개선을 돕는 ‘윈윈’을 노리는 것이다.

#중동#개혁개방#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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