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증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대거 비워낸 개인 투자자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이어 화재 우려까지 겹치며 허겁지겁 물량을 덜어냈지만 오히려 지난달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하는 등 예상과는 정반대의 주가 움직임이 나타난 탓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3379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1위다.
개인은 올해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5865억원어치 사들인 바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넉달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개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순매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소폭 순매도세를 보인 이후 지난달에는 순매도 1위에 올려놓으며 물량을 매섭게 던졌다.
전기차 캐즘에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체들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지난달 1일에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전기차량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됐다.
공교롭게도 개인이 순매도로 전환하자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지난 7월 32만6500원에서 32만4000원으로 숨고르기를 이어가더니 지난달 들어서는 40만원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했다. 지난달 주가 상승률은 19.7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770선에서 2670선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괄목할 만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을 팔아치운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도 단가는 35만5578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인 38만8000원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달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했다면 현재 9%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올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당분간 실적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지만 3분기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수익성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조8000억원, 528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1.7%, 170.7%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3분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 고객사들의 re-stocking(재고 축적) 수요가 증가하며 폴란드 공장 가동률 회복으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말부터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LFP ESS(리튬·인산·철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저가 전기차향 노출도도 높아 업황 반등시 실적 회복 속도는 경쟁사 대비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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