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56년 기업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달 중순께 열릴 이사회에서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인텔은 사업 분할은 물론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옵션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외신은 인텔이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프로그래밍 칩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규 투자 프로젝트 중단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축소 및 분리·매각 검토는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데다, TSMC와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는 자체 진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 2018년 철수했다가 2021년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주도 아래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했다. 겔싱어 CEO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년 파운드리 2위 달성’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파운드리 사업부를 공격적으로 키워왔다.
하지만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 2분기 4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년(42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손실은 19억 달러에서 28억 달러로 47% 더 확대됐다. 더욱이 내년에는 한결 많은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된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사는 자사인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달 초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데다 3분기에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56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인텔은 올 2분기 12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129억4000만 달러 수준을 밑돈 것이다. 영업손익은 일반회계기준(GAAP) 기준 20억 달러 손실로, 전년(10억 달러)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인텔 주가는 연초 대비 60% 가까이 폭락했다.
인텔의 위기는 최근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AI PC에 탑재될 차세대 CPU ‘루나 레이크’를 3분기 출시할 예정이지만 시장의 큰 기대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인텔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타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달 초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감원, 연간 자본 지출 20% 감축, 4분기 배당 미지급 등을 통해 100억 달러 규모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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