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6월이후 서울집값 年15%선 급등
금리 결정에 금융안정도 큰 변수
4분기 물가-성장 안정세 보일듯”
“서울 집값이 6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여건은 마련됐는데 집값이나 가계부채가 변수입니다.”
한국은행의 국내외 경제 전망을 총괄하는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이 국내 금융 안정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총재보는 “6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주간 상승률이 0.3% 안팎으로, 연간으로 따지면 15% 수준”이라며 “집값 상승은 가계 대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게 지난달 금융통화위원들의 기준금리 동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금리 결정에 물가나 경기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통위원들이 현재 시점에서 금융 안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부총재보는 1993년 한은 입행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조사국에서 보낸 ‘거시경제통’이다. 국내외 경제 동향 분석, 거시경제모형 개발 등 경제 전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왔다. 한은의 집행 간부가 개별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 기준금리의 향방은 가계 빚 등 금융 부문의 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나 경기 측면만 고려하면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집값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이 변수인데, 금통위원들이 물가나 경기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하면서 금리 인하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출 규제나 주택 공급 대책이 금융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지가 금리 인하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올해 4분기(10∼12월) 국내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물가나 성장, 고용 지표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부총재보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가 빨리 잡혔다”며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2.4%)은 잠재성장률(2.0%)을 넘어섰고, 실업률 등 고용지표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는 자영업 등 내수 경기는 인구 고령화와 높은 가계부채의 영향으로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나 지정학적 위험,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변수 역시 상존한다고 봤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한은의 분기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시장과 소통을 늘리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시장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면서 경제 주체들의 불확실성 제거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쓰는 경제 전망 모형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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