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이 없어요” 8개 분기째 줄어 100만원도 위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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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평균 100만9000원
역대 최장 감소세… 경기 발목 우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가 브랜드 커피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가 브랜드 커피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길어지는 고금리, 고물가에 가계의 여윳돈이 역대 가장 긴 기간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데 이자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팍팍해진 가계살림에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1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은 세금·연금·이자 등을 내고 남은 소득(가처분소득)에서 다시 의식주 비용 등을 뺀 금액으로, 가계의 여윳돈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7∼9월)부터 8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긴 내리막이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실질 소득이 쪼그라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분을 걷어낸 가구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보다 17만 원 넘게(3.9%) 줄며 역대 최대 폭 쪼그라들었고, 이후 0%대 상승하다 올 1분기(1∼3월) 다시 7만 원가량(1.6%) 줄었다. 올 2분기 실질소득은 소폭(0.8%) 올랐지만 이마저도 고소득층에 오름세가 쏠리며 계층별 격차가 컸다.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비용 역시 흑자액이 뒷걸음질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자 비용은 2022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전년 대비 오름세를 이어오며 월평균 8만6000원에서 12만10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팍팍해지는 가계살림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에 찬물을 더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 기준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내리 감소세를 이어가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긴 기간 줄고 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상품 소비에 외식 서비스 소비까지 더한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문별로 보면 소매판매는 지난해 6월(1.4%)과 올해 2월(0.9%)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22년 9월부터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음식점업 및 주점업은 작년 5월부터 쭉 감소세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효과로 2022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인 후 이렇다 할 반등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높은 물가에 가계소득이 사실상 줄어들어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수출 경기가 좋아지는데도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가계#여윳돈#100만원#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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