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고금리, 고물가에 가계의 여윳돈이 역대 가장 긴 기간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데 이자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팍팍해진 가계살림에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1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은 세금·연금·이자 등을 내고 남은 소득(가처분소득)에서 다시 의식주 비용 등을 뺀 금액으로, 가계의 여윳돈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7∼9월)부터 8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긴 내리막이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실질 소득이 쪼그라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분을 걷어낸 가구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보다 17만 원 넘게(3.9%) 줄며 역대 최대 폭 쪼그라들었고, 이후 0%대 상승하다 올 1분기(1∼3월) 다시 7만 원가량(1.6%) 줄었다. 올 2분기 실질소득은 소폭(0.8%) 올랐지만 이마저도 고소득층에 오름세가 쏠리며 계층별 격차가 컸다.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비용 역시 흑자액이 뒷걸음질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자 비용은 2022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전년 대비 오름세를 이어오며 월평균 8만6000원에서 12만10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팍팍해지는 가계살림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에 찬물을 더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 기준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내리 감소세를 이어가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긴 기간 줄고 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상품 소비에 외식 서비스 소비까지 더한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문별로 보면 소매판매는 지난해 6월(1.4%)과 올해 2월(0.9%)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22년 9월부터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음식점업 및 주점업은 작년 5월부터 쭉 감소세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효과로 2022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인 후 이렇다 할 반등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높은 물가에 가계소득이 사실상 줄어들어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수출 경기가 좋아지는데도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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