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대랑 판매 가능한 게 ‘그립’의 힘…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과 나누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3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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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피해 판매자 첫 라방 기획한 김한나 그립 대표

김한나 그립 대표.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한나 그립 대표.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 그게 그립의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을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분들과 나누고자 한 것이고요.”

티몬·위메프(티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햇쌀농산은 지난달 22일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을 진행했다. 이날 그립이 진행한 라방 한 번으로 이 업체는 한시간 반만에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햇쌀농산의 라방이 진행된 곳은 ‘그립’. 2019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다. 그립 창업자인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45)는 해당 방송 이후 티메프 피해 판매자를 더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방송 전인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의 그립컴퍼니 본사에서 먼저 이뤄졌다. 그는 “티메프 판매자들이 정산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걸 알게 됐다”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한번에 팔 수 있다는 그립의 강점을 통해 판매자를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마케팅 총괄로 일했다. 스노우는 인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인 B612와 소다,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운영했다. 김 대표는 “당시 사진으로 출발해 영상, 라이브 영상으로 소비자 관심이 확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그립을 출시한 당시만 해도 라이브커머스는 한국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하기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판매자 확보였다. 김 대표는 “낮에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밤에는 입점할 판매자를 섭외하느라 6개월 간 잠을 거의 못 잤다”며 “2500명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최종적으로 49곳을 섭외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김 대표는 무작정 의류, 잡화, 농산물 등 다양한 분야의 판매자들에게 메일과 문자,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는 그립의 서비스 기획 의도 등을 담은 큐알코드를 전단지에 인쇄해 배포했다. ‘(생전 처음 들어본 회사를) 어떻게 믿고 거래하느냐’는 상인들의 지적에 김 대표는 “저 네이버에서 일했던 사람이에요”라고 절실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동대문 상인들이 가장 바쁜 시간인 저녁 9시에 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며 “그 다음엔 상인들이 문 닫고 정리할 때쯤인 새벽 5, 6시에 가서 서비스를 알렸다”고 회상했다.

그립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팬데믹 시기였다. 학교 급식에 납품되던 팜스코의 ‘하이포크 사각 피자’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판로를 못 찾았는데 그립에서 선보인 후 학생과 학부모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3000만 원가량 팔렸다. 마스크도 이 기간에 그립을 통해 엄청나게 팔린 상품 중 하나다.

현재 그립에서 활동하는 판매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만7000여 명. 지난해 말 기준 판매거래액은 3000억 원 수준이다. 그립은 한달에 네 번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정산한다.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면 최소 5일 후 정산대금이 확정되는 식이다. 2년 전 카카오가 그립컴퍼니 지분 48%를 인수하면서 1800억 원의 현금이 들어왔다. 김 대표가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니 판매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했으면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좋은 상품을 해외 소비자들이 그립을 통해 살 수 있도록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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