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3부 〈3〉 KB국민은행 ‘숲 살리기’
90년 끊어졌던 창경궁∼종묘 숲길… 임직원들 ESG 참여로 1억 마련
시민 봉사자들이 나무 심기 나서
남해-사천 등에 ‘바다숲’ 3ha 조성… 적조현상 막고 어류 서식지 제공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 궁궐담장길. 바로 밑 터널로 자동차가 쉴 새 없이 지나고 있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달했지만 간간이 부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 줬다.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녹지는 개방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아 울창한 숲은 아니었지만 소나무, 진달래 등 한국 고유 수종이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고 있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시민 형용선 씨(67)는 “꽃이 피는 봄에는 더 아름답다”며 “서울 시내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게 정말 귀하다”고 말했다.
● 임직원-시민과 만든 도심 속 궁궐숲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종묘와 창경궁은 본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32년 일본이 종묘관통로(현 율곡로)를 개설하면서 두 공간은 갈라졌고 그 사이에는 구름다리가 놓였다. 끊어졌던 창경궁과 종묘는 서울시의 역사복원사업에 의해 2022년 다시 이어졌다. 서울시는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녹지축을 다시 잇고, 궁궐담장도 복원했다.
하지만 90년 세월 동안 끊겼던 숲길은 다소 빈약했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본래의 숲을 복원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은 2023년 궁궐담장길과 맞닿은 ‘KB 그린 웨이브 궁궐숲’을 창경궁 내에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KB국민은행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지난해에만 1만여 명의 임직원이 ‘KB 그린 웨이브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에 참여해 1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2022년부터 시행된 ‘KB 그린 웨이브 마일리지’는 임직원의 환경, 사회 활동을 마일리지화해 은행 측이 1마일리지당 2원의 기부금을 적립하고 이를 친환경 사회공헌 사업에 투입하는 제도다. 무공해차를 보유하거나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해도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재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80명의 시민이 궁궐숲 가꾸기 봉사활동에 참여해 187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KB국민은행의 궁궐숲 조성 사업은 2025년까지 이어진다.
잘피는 해수에 적응해 바다에 분포하는 속씨식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인정한 3대 블루카본(해양 생태계의 탄소 흡수원) 중 하나다. 잘피숲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데, 잘피숲의 탄소 흡수 속도는 아마존 밀림보다 50배 빠르며 저장 능력 역시 5배 이상 뛰어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잘피숲은 해양 생물에게 산란처와 서식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바다 환경을 정화하고 적조 현상을 막는 등의 효과를 불러온다.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서식 면적이 감소되던 잘피 복원을 위해 KB국민은행은 잘피 숲 조성 지역마다 최소 2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성 첫해에는 인근 연안에서 잘피 성체를 채취한 후 사업지로 이식하고, 2년 차에는 잘피 종자를 파종한다. 또 분기별로 모니터링을 진행해 생존율이 30% 미만일 경우 재이식을 실시하는 식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남 남해군 창선면 언포마을 인근 해역에 1ha 규모의 첫 번째 바다숲이 조성됐다. 2022년 12월 이식한 잘피숲을 지난해 10월 모니터링한 결과 생육 밀도 5.3배, 생존율 533%를 달성하는 등 1년 만에 성공적인 이식 성과를 보였다.
2호 바다숲 조성지는 경남 사천시로 결정돼 올해 5월부터 잘피 조성 적지 조사와 성체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연말까지 이곳에 잘피 성체 7200개체를 이식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바다숲 프로젝트가 30년생 소나무 약 10만 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숲, 경제적으로도 이점 많아”
KB국민은행은 숲을 조성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은행의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할 경우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이 떨어지고, 또 정부 규제 및 투자자의 인식 변화로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이 아시아 8개국 49개 은행의 환경·사회적 통합 성과를 분석한 ‘2023년 은행 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에 따르면 평가 대상 은행의 83%가 환경 파괴와 관련된 사회 및 경제적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었다. 해당 평가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등 5개 국내은행이 포함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숲 조성은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앞으로도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숲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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