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000여 세대에 달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 두 달여를 앞두고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어려워지면서 자금이 부족한 수분양자와 조합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청약 당첨자는 초기 계약금 20%를 치르고, 지난달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입주하기 위해서는 남은 잔금 20%와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는 약 13억 원으로, 초기 계약금을 뺀 11억여 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통상 중도금은 입주 시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는데, LTV 60% 적용으로 그동안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으로 소득이 적은 가구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며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잔금과 취득세 등을 합하면 최소 3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데, 일부 시중은행이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를 수 없도록 퇴로를 막으면서 수분양자와 일부 조합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법안이 통과하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던 이들은 “밤에 잠이 안 온다”며 “당장 3억 원 넘는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둔촌주공 전세 매물만 현재 1361건으로, 시세는 34평 기준 9억~10억 원대 수준이다.
은행별로 전세대출 가이드라인이 달라 혼란도 상당하다. NH농협은행은 조건부로 대출을 내준다. 대출 실행일 전까지 임대인이 분양 대금을 완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해 준다. 다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대금을 완납하려는 경우 갭투자성으로 보고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 제한에 이어,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에도 전세자금 대출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만 조건부 전세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라 특정 은행의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다음 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11월 말이 입주인 둔촌주공은 당장은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시적 운영 기간이 늘어날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분양 대금을 완납한 뒤에야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반전세’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집주인의 자금 여력에 따라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시내 전반적으로 전세 시장이 강세이기 때문에 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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