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넓히는 K방산]
작년 세계 국방비 2952兆 역대최대… 우크라戰 영향 나토가 절반 차지
폴란드 K2 대량구매 등 수출 호조… 일각 “EU産 구매 압박은 변수”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 전시회를 열고 있는 폴란드는 내년 국방 예산도 역대 최대로 편성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 회원국의 지난해 국방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국방비 증액 기조를 보이면서 한국 방위산업 수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럽연합(EU)의 자국 무기 사용 압박 등 정치·외교적 변수를 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2025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국방비로 1870억 즈워티(약 64조6000억 원)를 배정했다. 지난해 1590억 즈워티(약 55조 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폴란드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배정이다. 국내총생산(GDP)의 4.7% 수준이다. 올해 폴란드 국방비는 GDP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국방비 확대는) 돌이킬 수 없다. 예산은 충분하고, 이는 폴란드의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가들이 국방비로 쓴 금액은 2조2000억 달러(약 2952조 원)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특히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이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32개 나토 회원국 중 19개 국가가 지출을 늘렸다. 지난해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는 1조3000억 달러로 인플레이션 수치를 조정했을 경우 사상 최대 규모다. 아시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은 29년 연속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올해 중국은 국방비를 전년 대비 7.4% 늘려 1조6555억 위안(약 308조 원)으로 편성했다. 전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 흐름은 한국 방산 수출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위기감으로 현대로템(K2 전차)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K9 자주포, 천무) 등이 생산하는 한국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한때 폴란드의 수출 대금 집행 능력에 대한 우려 등으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폴란드의 국방비 지출 확대 기조가 재확인된 만큼 한국과의 방산 협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나토는 7월 ‘나토 산업 역량 확대 선언’을 발표하면서 선언문에 “한국과 호주, 일본, 뉴질랜드를 포함한 파트너국들과의 집중적인 대화를 통해 방산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한국 방산 수출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외교·정치적 변수를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EU산 무기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폴란드는 독일 방산업체들과 전차 구매 및 생산 등에 관해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 결과에 따라 현대로템의 K2 전차 2차 계약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는 지난해 말 정권 교체 이후에 전 정권을 향한 방산 비리 수사도 벌어지고 있다”며 “방산 계약은 작은 변수로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밀한 외교적인 노력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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