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쪽 된 플랫폼 규제법… 업계 반발에 ‘사전지정제’ 빼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6일 03시 00분


거대 플랫폼 반칙행위 막을 핵심
“IT 성장 막는 과잉입법” 반대 봇물
‘임시 중지 명령’ 도입해 보완하기로


정보기술(IT) 업계 반발에 밀려 무기한 미뤄졌던 공룡 플랫폼 규제법 제정을 정부가 다시 추진한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해 관리하는 ‘사전지정제’는 법안에 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제재가 뒷북에 그치지 않도록 임시 중지 명령을 도입한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 경촉법)의 핵심 내용을 여당인 국민의힘에 설명하고 이르면 다음 주를 목표로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전후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경촉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경쟁자를 밀어내려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업체 이용 방해), 최혜 대우 요구 등 반칙 행위를 하면 강도 높게 제재하는 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이 같은 행위를 규율할 수 있지만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더 센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경촉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9%까지로 담길 예정이다. 현행법의 과징금 상한선은 매출액의 6%까지인데 제재 수위를 높였다.

당초 플랫폼 경촉법의 핵심으로 꼽혔던 사전지정제는 빠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 경촉법 추진 계획을 밝힌 직후 이 법에 대해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반칙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처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정해두고 4개 반칙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반칙 행위에 대한 정부의 입증 부담을 덜고 ‘뒷북 제재’가 되지 않도록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였다.

공정위 발표 직후 업계에서는 플랫폼 경촉법이 IT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과잉 입법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사전지정제에 대해 거대 플랫폼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는 우려가 집중됐다. 이에 올 2월 공정위는 “문제가 많았던 사전지정보다 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플랫폼을 규율할 방안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임박했던 법안 공개를 기약 없이 연기했다.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 1년간 논의한 끝에 플랫폼 경촉법 제정 계획을 밝힌 지 50일 만이었다.

7개월 만에 정부가 사전지정제를 최종적으로 빼기로 결정하면서 일각에서는 플랫폼 규제법이 반쪽짜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경촉법의 모태가 됐던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한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일본, 호주 등은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그 대신 제재가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않도록 ‘임시 중지 명령’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시 중지 명령은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해당 기업의 반칙 행위를 임시로 중단시키는 제도다. 반칙 행위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등의 피해를 신속하게 예방하려는 목적이다. EU와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런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다.

#플랫폼 규제법#공정경쟁 촉진법#사전지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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