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11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성장률로 2%대 중반을 제시한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다들 경기기 좋지 않다며 어렵다고 난리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에도 내수로 온기가 빠르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높은 체감물가, 고금리에 따른 늘어난 이자 부담을 비롯해 수도권 중심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불평등을 원인으로 짚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3.9% 증가한 579억 달러로, 역대 8월 중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반도체는 전년보다 38.8% 늘어난 119억 달러로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으로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문제는 수출 호조세에도 체감경기는 부진하다는 점이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8월 현재경기판단은 73으로 수년째 100을 하회한다. 소비심리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시각이,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해석된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경제 지표에 비해 실제 경제 주체들의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점에서 착안해 연구에 나서 한은 자체 블로그에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를 실었다.
이들은 우선 체감경기 부진 원인으로 수출과 내수 간의 회복 속도 차이를 꼽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고 해외 공장 건설 등 직접 투자가 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온기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높은 생활물가도 체감경기를 저하시킨다고 짚었다. 낮은 수입 개방도와 높은 거래 비용 등으로 최근 물가 급등기에 식료품 등의 필수 소비재 가격이 여타 상품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소비 중 의식주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물가 부담이 고소득 가구보다 더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금리도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이후 30~40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는데 높은 가계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체감경기가 위축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외에도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불평등 심화도 체감경기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불평등 정도가 단기가 급격히 심화됨에 따라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점이 상대적으로 체감경기 부진에 일조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점차 수출 온기가 내수로 스며들고,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체감경기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봤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2.0%로 낮아졌다. 다만 구조적인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봤다.
저자들은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과 같은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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