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아닌 내국세수에 연동된 탓
2028년 89조… 현재 쌓인돈만 19조
노트북 무상 배포 등 사업에 ‘펑펑’
“내국세 20% 가져가는 방식 고쳐야”
정부가 전국 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앞으로 4년간 20조 원 가까이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에 교육교부금은 경제가 성장하면 그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도록 설계된 탓이다. 나랏빚 급증으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수요와 동떨어진 교육교부금 배정이 나라 살림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 4년 뒤 1인당 교육교부금 2000만 원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68조8700억 원인 교육교부금은 2028년에는 88조69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5조 원씩, 4년간 19조8200억 원(28.8%)이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방교육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17개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돈이다. 지방의 균형 있는 교육 발전을 도우려는 취지다.
전체 지출 증가세와 비교하면 교육교부금이 불어나는 속도는 유난히 빠르다. 정부의 총지출은 올해 656조6000억 원에서 2028년 756조2000억 원으로 15.2% 늘어날 예정이다. 기재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2%에 묶어두며 역대 최저 증가율(2.8%)을 새로 썼던 지난해에 이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교부금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의 2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복지 지출 등으로 돈 쓸 곳이 계속 생겨나는 중앙정부, 지자체와 달리 교육교부금은 그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6∼17세 초중고교 학령인구는 올해 524만8000명에서 2028년 456만2000명으로 68만6000명(13.1%) 줄어든다. 반면 이 기간 연금이나 각종 사회복지 지출의 대상이 될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992만1000명에서 1201만2000명으로 209만1000명(21.1%) 급증한다.
● “교육교부금 배분 방식 바꿔야”
학생 수가 줄어 교육교부금 쓸 곳은 갈수록 줄어드는데도 교부금이 매년 늘어나는 건 세금의 20%가량을 배분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교부금은 국민이 내는 내국세수의 20.79%와 교육세수 일부로 구성된다. 내국세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매년 늘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역(逆)성장하지 않는 한 교육교부금 규모도 매년 자동으로 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전국 시도교육청은 미처 쓰지 못한 재정을 쌈짓돈처럼 챙겨 놓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54개 기금에 쌓인 돈은 18조6975억 원이었다. 전국 교육청은 여윳돈이 있으면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데, 20조 원 가까이가 이 기금에 쌓여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각 교육청이 5년간 현금 복지성 지원 사업 예산으로만 3조5000억 원을 썼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노트북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등 최근 3년간 불필요하게 지출된 금액만 42조6000억 원에 달했다.
교육교부금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나라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화로 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사회복지 예산 등에 투입될 재정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국세의 20%를 교육교부금이 기계적으로 가져가는 방식을 고쳐야한다고 지적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초중고 교육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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