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상반기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 3.8조원…농협·국민 크게 늘어
인터넷은행 3사도 5378억원…카카오뱅크 40.4%, 케이뱅크 39.5% 급증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악성채무인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4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올해 상반기 무수익여신은 당기순이익(3413억 원)보다 많은 5000억 원을 넘어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지속으로 부실 채권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79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2473억 원) 대비 5473억원(16.9%)가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 총여신은 총 1727조 3362억원으로, 전년 동기(1601조 4682억원) 대비 7.9%(125조868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그 증가폭이 더 크다.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은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아예 없는 여신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9466억 원)이 가장 많았고, NH농협은행(8481억 원), 하나은행(8056억 원), 신한은행(6513억원), 우리은행(5430억 원)이 뒤를 이었다.
NH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농협은 전년 동기(5589억 원) 대비 51.7%(2892억 원)나 늘었고,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6991억 원) 대비 35.4%(2475억 원)가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1년 전(6826억 원)보다 18.0%(1230억 원) 늘었다.
3개 은행의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0.09%포인트(p) 늘어난 0.28%, 국민은행은 0.05%p 증가한 0.24%, 하나은행은0.02%p 높아진 0.23%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전년 동기(6827억 원, 6240억 원) 대비 314억원과 810억원 감소했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각각 0.02%p(0.21%→0.19%), 0.04%p(0.21%→0.17%) 낮아졌다.
5대 은행 무수익여신의 증가엔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총여신 중 기업대출 잔액은 1007조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911조7080억 원) 대비 10.5%(95조3127억 원) 늘어났다. 기업대출 증가폭이 총여신 증가폭(7.9%)을 웃돈 셈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2조5807억 원으로, 1년 전(2조1893억 원)보다 17.9%(3914억 원)나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증가한 농협의 경우 올 6월말 기준 기업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 잔액이 6017억 원으로 1년 전(3874억 원)보다 55.3%(2143억 원)나 증가했다. 국민은행 역시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이 6511억 원으로 전년 동기(4429억 원) 대비 47.0%(2082억 원) 늘어났다.
이같은 기업 무수익여신의 증가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대에 내수침체 등으로 중소기업과 건설사 등에서 한계 및 부실 기업이 늘어난 데 기인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장기화로 내수회복이 지연됨과 동시에 기업 차주들의 경영여건과 상환부담이 동반 악화되고 있는 게 은행 연체율과 무수익여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체 장기화가 곧 부도 및 한계차주의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연체 초기단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연체채권 강화 및 관련 KPI 강화, 거액채권 정리를 위한 상각/매각 기준개선 및 물량 확대 등 건전성 및 무수익여신비율 개선을 위한 TF 구성 등을 통해 건전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무수익여신이 증가하고 있다. 올 6월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378억 원으로 전년 동기(4121억 원) 대비 30.5%(1257억 원) 증가했다.
은행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가 19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415억 원) 대비 40.4%(571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1453억 원에서 2027억원으로 39.5%(574억 원) 늘었고, 토스뱅크는 1253억 원에서 1365억원으로 8.9%(112억 원)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무수익여신 증가는 주로 가계 부문에서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가계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이 1912억 원으로, 전년 동기(1411억 원) 대비 35.5%(501억 원)가 늘었고,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1437억 원에서 1944억 원으로 507억 원이 증가했다.
무수익여신 증가액 중 가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87.7%(571억 원 중 501억원), 88.3%(574억 원 중 507억 원)였다.
다만, 토스뱅크는 가계 부문에서 무수익여신이 1057억 원에서 932억 원으로 11.8%(125억 원) 줄어든 반면 기업 부문이 196억 원에서 433억 원으로 120.9%(237억 원)나 늘어났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포용금융 차원에서 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한 게 무수익여신이 늘어난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제시한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치가 30%인데, 올해 6월 말 기준 토스뱅크는 34.9%, 케이뱅크는 33.3%, 카카오뱅크는 32.4%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유지했다.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무수익여신이 늘고 있긴 하지만, 전체 여신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어 자산 건전성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은행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포용금융 차원에서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무수익여신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은행들이 연체율이나 거시경제 상황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책을 조정하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터넷은행들이 대손충당금전입액을 크게 늘리며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대출 실행 사전 및 사후 단계에서 부실 감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노력이 차차 결실을 맺을 것”이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