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4대 대형 회계법인(빅4)들이 동시에 예비소집일을 개최한다. 이날 신입 회계사들의 첫 직장이 일차적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빅4와 로컬 회계법인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인원도 2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사 신규 채용 인원을 모두 합쳐도 공인회계사 2차(최종) 합격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들이 예비소집일을 앞두고 지난주까지 합격자 통보를 마무리했다.
예비소집일은 개별 회계법인의 입사 전형을 통과한 이들의 입사를 확정짓는 날이다. 여러곳에서 중복 합격 통보를 받은 예비 신입사원들은 1곳의 예비소집일에 참석하고 이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때문에 빅4 회계법인들은 관례적으로 매년 같은 날로 맞춰 예비소집일을 개최한다.
중복합격자로 인한 당일 ‘노쇼(no show)’가 매년 회계법인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지만, 올해는 합격자들의 취업 걱정 이슈가 더 커질 전망이다.
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일감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몇년 간 빅4 회계법인들은 신입 회계사 쟁탈전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빅4의 신규 채용 인원이 2차 합격자수를 크게 밑돈다.
올해 빅4의 신규 채용 인원은 약 800명 내외로 추정된다. 삼일과 삼정이 각각 300명 내외씩, 안진과 한영이 각각 110~120명 내외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저도 당국에서 회계업계에 채용 인원 확대를 주문해 최초 계획보다 늘어난 수치로 전해진다.
빅4에 수용되지 못한 400여명의 인원은 로컬 회계법인에 취직해야 하지만 이는 더 여의치 않다. 로컬 회계법인들은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다, 최근 2~3년 대비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감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사 준비생들은 빅4 외 모든 로컬 회계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15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다수 로컬 회계법인들도 입사 전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회계사 합격자도 최소 200명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합격하고도 빅4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이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만 200여명이 들어와있다. 예비 회계사들 사이에선 “이 사태가 어떻게 수습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공인회계사 2차 합격자들은 회계법인에 취업해 약 2~3년의 실무 교육 기간을 거쳐야만 등록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최소 두번은 기말 감사 실무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가을에 입사한다 하면 약 1년 반은 수습 기간을 거치는 셈이다. 수습 기간을 끝낸 뒤 6월 경 마지막 시험을 본 뒤 최종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간 교육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고 감사 기업 수와 규모가 큰 빅4가 신입 회계사들의 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주로 해왔다.
한 입사 준비생은 “1~2년 기다린다고 해서 이후부터 뽑는 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최악의 경우 300명 이상이 아무데도 못가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회계사에 합격하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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