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유전자 조립 ‘합성생물학’… 반도체 3배 규모 성장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0일 03시 00분


맥킨지 “최대 4823조원 시장 전망”
신약 개발-농업-에너지-화학 등… 제조 필요한 전 분야 게임체인저
美-中, 잠재성 알아보고 투자 확대… 정부도 특화연구소 지정 집중 육성

세포 및 미생물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합성생물학이 급성장해 2030년대에는 반도체 시장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합성생물학은 제약바이오, 에너지, 농업 등 글로벌 공급망과 직결된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기술인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9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합성생물학 연구를 총괄할 특화연구소를 지정할 방침이다.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합성생물학을 집중 육성하고, 여당에서도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및 인재 양성 등을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

합성생물학은 유용한 물질을 얻기 위해 세포 및 미생물의 유전자를 설계하는 연구 분야를 말한다. 마치 레고처럼 미생물의 유전자 조각을 필요에 맞게 조립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슐린이다.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은 과거 가축에서 추출해 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1980년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대장균에 사람의 인슐린 DNA를 삽입해 대량 생산한 제품이 ‘휴물린’이다. 휴물린은 현재까지 매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모더나가 폭발적인 백신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합성생물학 기술 덕분이다. 합성생물학 개발 기업인 미국 징코바이오워크스에 mRNA 생산을 맡겨 화학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량의 mRNA를 얻은 것이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센터장은 “휴물린이 인슐린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합성생물학은 신약 개발과 농업, 화학, 에너지 등 제조가 필요한 모든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합성생물학의 시장 규모가 2030년대 최대 3조6000억 달러(약 4823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시기 반도체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로 추정된다.

합성생물학의 잠재성을 알아본 나라들은 합성생물학 실험 및 생산 자동화 공정인 ‘바이오파운드리’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년 내 제약 원료 의약품의 25%를, 20년 내 화학제품의 30%를 합성생물학 기반의 바이오 제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역시 2022년 최초로 바이오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합성생물학에 대한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히며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속하는 한국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합성생물학 육성에 나서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설치 및 운용,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긴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대표 발의한다. 이에 발맞춰 과기정통부는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을 위해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연구개발(R&D)을 총괄할 특화연구소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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