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고려호의 첫 도전을 되새긴다[기고/강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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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0월, 6800t급 ‘고려호’는 국내 최초로 북미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부산항을 출항했다.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위대한 첫걸음이었다. 당시 200만 t에 불과했던 연간 해상 물동량은 2023년에는 750배인 15억 t으로 확대됐다. 대한민국은 세계 8위 수출 국가로 우뚝 섰다.

국내 해운산업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고 중국 기업들의 수출 밀어내기로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다.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계약 물량이 많지 않아 글로벌 선사들과의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글로벌 물류 공급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국적 선사와 협력해 중소기업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주 유럽 노선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전용 선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및 인도 항로에도 중소기업 전용 선적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제조기업과 해운산업의 최대 화두인 친환경·디지털 선박으로의 전환을 지원해 국적 선사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선사 규모와 경영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해운산업 위기대응 펀드’ 출시 등을 통해 선사의 경영 안전판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적 선사인 HMM의 신규 얼라이언스 ‘프리미어’ 결성과 세계 최대 선사인 MSC와의 협력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해운 얼라이언스는 선사들이 항로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선복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로, 전 세계 해상 수출입 네트워크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HMM이 속했던 ‘디 얼라이언스’의 최대 선사인 하파크로이트의 탈퇴 선언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새로운 협력 체계 조성으로 국가 공급망은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해운 협력으로 우리 해운업계는 핵심 수출입망인 미주와 유럽 항로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수출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초체력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순풍에 돛을 단 배가 힘차게 나아가듯 세계 5대 수출 강국을 향한 한국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파고 속에서 72년 전 전쟁 상황에도 수출 강국의 꿈을 안고 바다로 향한 고려호의 도전을 되새겨 본다. 해수부는 든든한 국가 공급망 조성을 위해 우리 해운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책임을 느낀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기고#강도형#1952년#고려호#첫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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