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같은 플랫폼에 판매대금을 묶어 뒀다가 30일 안에 정산해 주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한다. 입점 업체에 줄 돈을 가져다 쓰다가 1조 원대 미정산 피해를 일으킨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공룡 플랫폼 규제법 제정은 발표 9개월 만에 백지화하고 현행법을 고쳐 독과점 플랫폼을 규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 방지 입법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에는 이 법을 적용해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하고 정산 기한을 지킬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 중개업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청회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된다. 정부는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기준에 대해 중개거래수익 연 100억 원 이상, 1000억 원 이상 등의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별도의 관리 의무가 생기는 대금 비율은 판매대금의 100% 또는 50% 중에서 결정하고 정산 기한은 최대 30일 이내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티몬·위메프 등 9곳은 PG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반칙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 매출 4조 원 이상이고 점유율·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지배적 플랫폼’이 자사 우대와 끼워 팔기 등 4개 불공정 행위를 하면 매출액의 8%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게 핵심이다. 일반 기업은 매출액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더 센 제재를 하는 것이다. 제재가 마무리되기 전에 반칙 행위를 멈추도록 ‘임시 중지 명령’도 도입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4개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과 배민은 매출액 등 기준을 넘지 못해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강화된 규제를 적용할 지배적 플랫폼을 미리 못 박아두는 사전지정제를 담은 별도의 법을 제정하기로 했지만 업계 반발에 밀려 현행법 개정으로 선회했다. 공정위는 사전지정제 대신에 반칙 정황이 있을 때 지배적 플랫폼인지 미뤄 판단(사후 추정)하기로 했다. 지배적 플랫폼으로 추정되면 기업이 입증책임을 져 신속한 제재가 가능하다. 다만 사전 지정 방식과는 달리 사후 추정의 경우 지배적 플랫폼으로 지정된 업체가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신속한 제재’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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