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대 플랫폼에 대한 사전지정제도 대신 ‘사후 추정’ 방식을 선택하면서, 규제 본연의 목적인 신속 심사 여부에 관한 관심이 쏠린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공정위가 발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의 핵심은 ‘사후 추정’이다.
앞서 추진했다 업계 반발로 포기했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서는 몇몇 거대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플랫폼’으로 사전 지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사전 지정한 플랫폼들의 관련 시장 획정 등을 미리 진행해 놓고, 해당 플랫폼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면, 바로 제재 절차에 돌입하는 형태였다.
결국 공정위가 거대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수년씩 걸리는 심사 기간을 단축해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을 빨리 막는 것이다. 수년 후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해봤자, 이미 독점화한 시장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공정위는 전날 발표에서 사후 추정을 도입하더라도 심사 기간을 현재보다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후 추정이란 플랫폼이 불공정 행위를 할 경우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해당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을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인 업체로 정했다. 혹은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 85% 이상이고, 각 사 이용자 수 2000만명 이상일 경우 지배적 사업자로 보기로 했다. 다만 직·간접 연 매출 4조원 이하 기업은 빠진다.
이 기준을 충족해 법을 위반한 업체가 지배적 플랫폼으로 인정되면 과징금 부과율이 현행 ‘관련 매출액의 최대 6%’에서 최대 8%로 올라간다. 플랫폼이 독과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강화되고, 공정위가 위반 행위에 대한 임시중지명령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후 추정 방식이 사전 지정제보다 제재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적 플랫폼 여부를 판단하려면 개별 사건마다 시장 획정, 점유율, 이용자 수 확인을 두고 피심인(기업)과 다퉈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기정 위원장은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서 신속한 추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건 처리라는 입법 목적을 상당 수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법 제정이 아닌, 기존 법 개정 방식을 택한 점도 후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전지정 제도를 핵심으로 한 플랫폼법 제정안을 야당에서 다수 발의한 상황이라, 향후 국회 논의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입법 형식이 바뀌어도 내용 면에서는 별도 지난번에 추진했던 저희 제정안의 내용이 대부분 개정안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야당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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