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112만명 문턱 낮추자 ‘전국민 로또’로 변질
전년 대비 무순위 청약 지원자 경기 30배, 세종 12배↑
이른바 ‘로또 청약’ 열풍이 불면서 전국 무순위 청약에 올해 8월까지 625만명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무순위 청약 신청자는 전국 총 625만8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청자인 112만4188명과 비교해도 이미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지역 신청자가 417만5875명으로 전년 연간 신청자 수(14만424명) 대비 30배 가까이 늘어나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서울 104만6532명, 세종이 77만9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 7월 진행된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의 영향이 가장 컸다. 당시 통장가점이나 연령, 거주지 제한 등이 없는 무순위 청약으로 1가구를 모집한 해당 단지는 2017년 첫 분양가로 공급돼 10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고, 실거주 의무 및 전매제한 등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294만대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세웠다.
특히 같은 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의 1순위 청약과 접수 날짜가 겹치면서 청약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청약홈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고 접수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서는 3가구 모집에 101만3456명이 신청하며 100만명을 넘겼고, 세종에서는 올해 4월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1가구 와 5월 ‘세종린스트라우스’ 1가구에 각각 24만7718명과 43만7995명이 몰리기도 했다.
무순위 청약은 본 청약에서 모집 가구 수 대비 청약자 수가 미달하거나 부정 청약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다시 공급하는 절차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5월 정부는 무순위 청약 대상자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한정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월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 요건을 사는 지역 및 주택 수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무주택·거주지 요건 등은 당첨자의 불법 전매, 부동산 공급 질서 교란 행위 등이 적발돼 주택을 회수한 뒤 재공급하는 ‘계약 취소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렇다 보니 일반 청약과 달리 별다른 자격조건 없이 청약할 수 있고 입지 및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의 무순위 청약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무순위 청약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 과열 지역인지 등이 주요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엄태영 의원은 “무순위 청약 등 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오히려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기폭제가 되는 실정”이라며 “제도적 허점 손질과 투기 차단 조치 등 서민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돕는 실질적인 공급 대책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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