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름마을. 풍림5단지(876채), 선경6단지(370채), 효성7단지(388채)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올해 6월 갈라섰다. 단지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성남역이 있는데 재건축 후 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설 단지를 두고 의견이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접수를 앞두고 여러 아파트 단지가 연합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중도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통합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례를 받으려고 여러 단지가 손잡고 통합 재건축을 시도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혀 좌초하는 것이다.
● 단지별로 계산기 두드리다 통합 무산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 상록마을 상록우성(1762채)과 상록라이프(750채)도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대의원 비율 등을 두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인근 시범단지 삼성한신(1781채)·한양(2419채)과 우성(1874채)·현대(1695채)도 논의 끝에 통합이 무산됐다. 역세권에 가까운 단지 측에서 비역세권 단지와 통합할 경우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통합 재건축은 정부가 1기 신도시를 재구조화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여러 아파트 단지를 묶어 재건축해 도로, 공원, 상·하수도, 학교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인책으로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용적률 상한 150%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통합 재건축은 사업 규모 확대로 공사비가 줄어 단독 재건축 대비 사업비를 11% 안팎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단지 여건과 부담 가능한 분담금 규모, 희망 용적률 등이 다르고 재건축 후 위치나 평형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비업체인 랜드엔지니어링의 류점동 대표는 “재건축 과정에서는 본인이 속한 단지가 이익을 보더라도 상대 단지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쉽게 말해 남이 더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픈 것”이라고 했다. ● “특례 한시적으로 줘 신속 진행 유도해야”
기존 서울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 곳 중에도 성공과 실패 사례가 엇갈린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신반포3·23차, 경남, 우정에쉐르 1·2차 통합재건축)다. 내년 6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메이플자이도 7개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하고 있다. 반면 서울 영등포구 목화, 삼부 2개 단지는 약 3년간 통합 재건축을 논의하다가 결국 개별 재건축으로 노선을 바꿨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더라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을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뒤 각종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을 제한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지구 지정을 취소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을 하더라도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원과 같은 기반시설 정비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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