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상치 않다. 최근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총 3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결정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수출, 정보기술(IT) 중심인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뺀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코스피에서 총 6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이어가며 총 3조34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2일 종가 기준 2,681.00이었던 코스피는 10일 5.88% 하락한 2,523.43을 가리켰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코스피에서 3조954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반도체주다. 3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6980억 원, SK하이닉스를 6580억 원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11.0%, SK하이닉스는 10.6% 각각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투자가 이탈이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반도체 업황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시 한국 시장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요 헤지펀드들이 그간 상승 폭이 컸던 테크, 반도체주를 7월 말 이후 매도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점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원화 가치 하락) 한국 주식(원화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 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 말 13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10일 현재 1340원대까지 올랐다.
이달 17, 18일(현지 시간) 예정된 FOMC 회의의 기준금리 결정도 외국인들의 투자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 낮추는 ‘빅컷’이 이뤄질 경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져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외국인 이탈 움직임은 꽤 오래 유지될 것”이라며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지금과 같이 외국인투자가의 성향은 ‘매도’ 또는 ‘비중 축소’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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