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영어 중심주의 강화
애플 인텔리전스-구글 AI오버뷰 등… 주력인 영어시장에 우선 투자 나서
네이버-뤼튼 등 한국 토종기업들… 한국어 서비스 주도권 잡기 경쟁
애플과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개하며 1차 지원 언어에서 한국어를 모두 제외했다. 글로벌 빅테크 AI 경쟁이 치열해지며 주력 시장인 영어 검색에 인력과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가운데 사용 인구수에서 밀리는 한국어가 글로벌 AI 서비스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현지 시간) 애플은 아이폰 16 발표 행사에서 첫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다음 달부터 영어 시험 버전으로 우선 제공한다고 밝혔다. 내년엔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언어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한국어 지원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어는 다른 언어보다 뒤늦게 탑재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글도 지난달 자사의 AI 검색 기능인 ‘AI 오버뷰(Overview)’ 추가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국 사용자 소외 문제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 AI 챗봇 ‘바드(Bard)’를 공개하며 영어에 이어 처음 출시하는 언어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메타는 각국 언어에 대한 AI 번역 솔루션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번역 프로젝트(No Language Left Behind)에 투자 중이다. 다만 메타 역시 지난해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 2(Llama 2)를 출시하면서 비영어권 언어에 대해 “여전히 취약하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애플 구글 등 기존 글로벌 빅테크들이 ‘챗GPT’의 등장으로 위협적인 경쟁 상황에 처한 데다 ‘환각 현상’에 대한 대처로 기술 여력이 부족해지자, 주력인 영어 시장에 우선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개발로 검색 시장이 재편되면서 검색 시장을 독점해 온 구글의 위상이 위협받으며 영어 중심 주력 시장에 보다 집중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한국은 소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개발이 영미권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에 좌우되자 AI 관련 기술과 문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자국 언어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버린(Sovereign·주권) AI’가 주요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언어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11개 언어를 지원하는 LLM ‘시라이언(Sea-Lion)’을 만들었다. 프랑스 미스트랄AI의 ‘르챗(Le Chat)’, 중국 스타트업 문샷AI의 중국어 문장 처리 특화 챗봇 ‘키미’, 중국 바이두의 챗봇 ‘어니봇(Ernie Bot)’ 등도 대표 사례다.
한국 시장에선 토종 기업들이 한국어 기반 데이터로 주도권 잡기에 한창이다. 네이버의 LLM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해 한국 문화, 사회·보편적 인식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보유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어 검색에도 주력하며 올 2분기 지도·장소, 금융·경제, 쇼핑, 어학 등 주요 주제의 검색 건수는 5년 전에 비해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특히 지도·장소, 금융·경제 분야의 검색 건수 증가율은 30%대에 달했다. 한국 토종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의 뤼튼은 한국어 기반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세워 월간활성이용자(MAU) 4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1020세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급성장 중이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실시간 검색 기능을 추가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쇼츠 형식으로 최근 동향을 알려주는 ‘7초 기능’을 추가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용자들의 권리나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지속되기 위한 국내 테크 기업들과 정부의 협력 등 소버린 AI 역량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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