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대부업을 뿌리 뽑기 위해 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미등록, 부적격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과감하게 퇴출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단속·처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당정협의를 거쳐 관계기관과 함께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불법사금융 척결 TF’를 구성해 제도개선을 논의해 왔으며 대부업법 개정 등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정부의 대부업 관리 기조가 ‘대부업 양성화’에서 ‘관리·감독 강화’ 쪽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전환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등록대부업은 ‘불법’ 명시…등록 요건 강화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먼저 ‘미등록 대부업자’의 명칭이 ‘불법사금융업자’로 변경된다. 국민들이 불법사금융인지 모르고 계약을 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통신요금고지서, 대부중개사이트 내 게시판 등을 통해 주의사항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대부중개사이트 내에 대부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도 게시된다.
또 불법대부광고 전화번호 신고 근거를 마련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불법사금융 목적의 대포폰 개설·이용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도 신설할 예정이다. ‘전화번호 이용중지요청’ 범위도 ‘불법대부광고 전화번호’에서 ‘불법 대부 전반에 이용된 전화번호’로 확대한다.
불법사금융의 통로로 활용돼 온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된다. 현행 대부업법에는 대부중개사이트를 규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중개사이트의 등록 기관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금감원 위탁)로 상향하고 ‘대출비교플랫폼’ 수준의 인적·물적 요건과 정보보호체계를 갖추는 것이 의무화한다.
또 대부업자와 대부중개업자가 취득한 개인정보를 대부제공·중개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범죄 이용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법 조항도 신설된다.
지자체 대부업자에 대한 등록요건도 강화된다. 현재 개인 1000만 원, 법인 5000만 원인 자기자본 요건이 개인 1억원, 법인 3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자기자본 유지 의무도 부과된다.
부적격 판단을 받은 대부업자는 즉시 퇴출당한다. 정부는 시·도지사, 금융위에 등록요건 미충족 대부업자에 대한 직권말소 권한을 부여해 부적격자는 즉시 퇴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진 폐업 시 재등록 금지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는 8597개며 이 중 88%인 7628곳이 지자체 등록 업체다. 지자체 대부업체 16%는 자기자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23%는 대부잔액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등록요건이 상향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곳이 퇴출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의 내실 있는 대부업체 감독을 위해 현장·실태 검사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자체가 실태조사 미제출 또는 거짓 제출한 대부업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금융위 등록을 피하고자 한 명의 대부업자 1명이 자산 100억 미만의 다수 지자체 대부업을 운영하는 일명 쪼개기 등록도 원천 차단된다. 정부는 대부업체 대표의 타 대부업체 임직원 겸직을 제한해 무분별하게 대부업을 등록하는 것을 제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대부행위 처벌 강화…우수업자엔 인센티브
불법대부행위에 대한 처벌·제재 수준 역시 상향된다. 처벌강화안을 보면 ‘최고금리 위반’의 경우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기준이 상향됐다.
이어 정부는 허위상호·허위계약 기재 등에 대한 과태료 기준도 상향하고 불법추심 시 대부업자에 대한 기관경고·주의조치 및 임직원 제재 근거도 마련했다. 불법사금융업자의 반복적인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사금융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전자금융거래 자체를 막는 제한 근거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도개선안에는 성착취 추심 등 대부이용자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 등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을 무효로 하기 위한 법률 근거를 마련하는 계획도 담겼다. 더불어 정부는 불법사금융업자가 대부계약 시 수취 가능한 이자를 현행 20%(대부업최고금리에서 6%(상사법정이율)로 제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불법사금융업자가 처벌되더라도 20% 수준의 수익은 인정돼 재범행 동기로 작용했다.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는 반면 우수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정부는 서민금융 공급 장려를 위해 우수대부업자 지정의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고 우수대부업자의 총자산 한도는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건전한 영업을 하는 대부업자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을 논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금융애로를 겪는 서민·취약계층이 대부업 규제 강화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서민금융을 지원하고 채무부담이 과중한 취약계층에는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불법사금융 피해 줄어들 것…업계는 “속도 조절해야”
정부는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 국장은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불법 사금융을 완벽하게 뿌리 뽑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부업시장을 서민들이 긴급자본을 융통할 수 있도록 건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기존 불법사금융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을 통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신규로 진입하려는 분들의 유인 동기를 약화시켜 불법사금융의 이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도개선을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고 법 개정 이외에 지자체 현장·실태조사 강화 등 즉시 시행이 가능한 조치에 조치는 바로 집행할 계획이다.
대부업 규제 강화에 대한 여야의 이론이 크지 않아 제도개선 법안의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관련법안을 발의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사금융 대책 발표를 환영한다“라며 ”여야 이견이 없는 법인 만큼 조속히 법안을 논의해 통과시켜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등록요건이 낮았던 것은 지하경제의 양성화 차원이었는데 현재는 불법사금융이 판을 치고 있으니 요건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은 미등록 업자가 문제인데 등록업자에 대한 허들을 급격하게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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