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거나 장사를 하는 청년 수가 22개월째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것보다도 큰 폭으로 청년 취업자가 줄며 고용률도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단시간 일자리가 200만 개 이상 늘어난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면서 취업을 포기하고 쉬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늘고 있지만 내수로는 그 온기가 퍼지지 못해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역대급 폭염까지 겹쳐 취약계층 일자리인 건설 일자리마저 역대 여름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청년 고용률 뒷걸음질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8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며 두 달 연속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 명대를 이어갔다. 다만 30만 명대 오름폭을 보인 연초와 비교하면 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모양새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은 63.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에서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7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2000명 줄었다. 2022년 11월부터 22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 연령대의 고용률도 0.3%포인트 내려앉았다. 청년층 고용률은 올 5월부터 4개월 연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새 23만1000명 늘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용률이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점점 악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일자리를 취업시간대별로 쪼개 보면 36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03만7000개(14.9%) 불어난 1571만9000개였다. 36시간 이상 일자리(1234만1000개)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주휴수당이나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1년 새 18만4000개(10.0%) 늘어 역대 8월 중 가장 많은 201만5000개로 집계됐다. 모든 달을 통틀어 초단시간 일자리가 200만 개를 넘어선 건 올 2월(204만8000개) 이후 지난달이 두 번째다.
일을 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쉬는 청년도 매달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그냥 쉰 청년은 5만6000명 늘어난 46만 명이었다. ‘쉬었음’ 청년은 올 5월부터 4개월째 늘고 있다. 전체 쉬었음 인구는 역대 8월 중 가장 많은 256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 역대급 폭염에 건설 일자리 증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질 못하면서 내수 관련 일자리 지표도 나빠지고 있었다. 취약계층이 주로 일하는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4000명 줄면서 4개월째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13년 10차 산업분류 변경 이후 최대였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폭염에 따른 날씨 요인이 건설 같은 야외활동 부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3만5000명 줄면서 두 달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외 기타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쪼그라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길어지는 고금리·고물가에 도소매업 취업자 수 역시 5만5000명 줄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운수 및 창고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각각 9만~10만 명 가량 늘었다. 정보기술(IT) 인력수요가 늘고 택배 서비스 등 이용량이 늘면서 이 분야 고용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일자리TF 회의를 열어 “청년·여성·중장년 등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추가 정책과제를 발굴해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또 건설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해 9월 중 공사비 안정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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