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獨 폭스바겐, 30년간 이어온 ‘고용 보장’ 파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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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2곳 폐쇄 계획 이은 자구책
노조에 “단협 종료하겠다” 서한
내년 7월부터 정리해고 가능해져
현지 매체 “최대 2만명 잘릴수도”

유럽 내 판매 1위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30년 동안 이어오던 ‘고용 보장’을 파기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193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자국인 독일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은 추가 자구책이다. 폭스바겐이 살아남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29년까지 해고 없이 고용을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노조에 전달했다. 폭스바겐 노사 화합과 고용 안정의 상징으로 통하던 이 협약은 1994년부터 30년 동안 유지됐다. 나머지 협약 사항까지 고려하면 이 조처로 폭스바겐은 2025년 7월 이후부터 대규모 정리 해고가 가능해진다.

이번 결정은 판매 감소와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성명을 낸 지 9일 만에 나왔다. 2일 성명에서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라며 이를 예고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완성차 조립 공장과 부품 공장 등 총 10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이 중 폭스바겐은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근무하는 폭스바겐의 직원은 약 12만 명으로 슈피겔 등 현지 매체는 직간접적인 효과까지 고려해 일자리 감소 규모가 최대 2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대책을 통해 매년 수익률 6.5% 이상을 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게 폭스바겐의 전략으로 읽힌다. 상반기(1∼6월)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 떨어진 6.2%에 머물렀다.

헬레나 위스베르트 디스부르크 자동차 연구센터장은 “폭스바겐은 그동안 독일에서 드는 높은 생산 비용을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명성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시장이 예상대로 발전하지 않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계산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독일 완성차 브랜드 또한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10일) BMW는 연간 EBIT(이자 및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이익률을 기존 8∼10%에서 6∼7%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수요 둔화와 리콜 비용 발생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분기(4∼6월) 전기 승용차 판매량 18.7% 감소(5만6330대→4만7500대) 등의 이유로 연간 매출 수익률 전망치를 10∼12%에서 10∼11%로 낮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 의존도가 높던 ‘독일 3사’가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 고전하는 데다가 생산 핵심 기지인 독일 생산 환경 악화 등으로 올해 들어 고전하고 있는 형세”라고 말했다.

#위기#폭스바겐#30년#고용 보장#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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