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HMM(옛 현대상선) 매각 실패 이후 HMM 매각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HMM 매각은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실기해서도 안 된다. 한국에서 HMM이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한국 전체 정기선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HMM은 컨테이너 100만 개 적재 능력이 있다. 글로벌 최대 선사인 MSC는 572만 개, 대만 에버그린은 300만 개다.
이런 상황에서 HMM은 선사들의 연합체인 얼라이언스 구성에서도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세계 2위 선사 머스크는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트와 함께 기존 ‘디 얼라이언스’를 대체할 새로운 협력체 ‘제미나이’를 결성했다. 이 과정에서 HMM이 어떤 얼라이언스에 속해야 하는지가 큰 고민이었다. 결국 HMM은 제미나이 얼라이언스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선사들과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런 얼라이언스 변화는 부산항에 기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배선 정책에도 변화를 주게 된다. 결국 부산항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얼라이언스 변화를 비롯해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 국가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안보 문제 등 국가 비상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대중국 정책 변화와 대만 문제 부각에 따른 안보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적 선사들의 충분한 운송 능력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상 운송이 한국 수출입 화물의 99.7%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적절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내용이 대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해협을 방위할 때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지원 없이 항공모함 위주의 군사 지원으로 극동 지역에서의 확전을 방지하는 식의 군사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전쟁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외국적 선박은 한국항 기항이나 선박 배치를 기피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비상시에 한국 국적선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전쟁이 국지적으로 단기간에 끝난다 해도 해당 지역에서의 전쟁 위험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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